개인 공간에 쓰는 글이 아닌 한, 기고하거나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기한이 있다. '마감이 글을 쓰게 한다'라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단순히 '마감 직전이 제일 집중이 잘 된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기간 안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강제성이 그 작업을 애써 마무리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최근 모처에 글을 제출할 일이 있었고 짧지 않은 분량이었다. 평소에 쓰는 글보다 더 깊이 있는 혹은 날카로운 생각과 주제 의식이 필요한 글이기도 했다. 결국 마감일을 넘기지 않고 완성은 했지만 글자 그대로의 의미처럼 '완성된' 글이라고 하기엔 항상 그렇듯 아쉬움이 남는다. 클래스 진행을 할 때도 글은 완성하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데까지 쓰는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인용을 덧붙인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 바깥의 것을 쓰는 건 능력 밖의 일이다. 그러나 능력 바깥의 영역이 있다는 건 발전의 여지를 내포한다. 마감은 그 여지를 자극하는 요소일 것이고. '작년보다 더 나은 글을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던진다. 마감 이후의 생각들.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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