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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5. 2019

실망은 거기에 쓰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다름에 대한 망각 혹은 몰이해

어떤 영화에 대한 평론가나 리뷰어의 글의 덧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반응의 하나로 "실망이다"라는 게 있다. (비슷한 예: '구독 끊습니다') 참으로 의문스럽고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적인 발상인데, 그 필자의 취향이나 감상 태도를 자신에게 끼워 맞춰야만 하는가? 자기 생각과 달랐다면, 바로 그게 무엇인지를 덧글을 통해 적시하면 될 일이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혹은 (굳이) 실망씩이나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적거나. 글에서 무엇인가 아쉬운 대목이나 혹은 지적하고 싶은 요소가 있었다면 말이다. 이는 왓챠나 유튜브, 혹은 페이스북, 블로그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앞뒤와 그 이면을 헤아려야 알 수 있는 맥락보다는 즉각적인 표현에 매달려 있는 시대에 저 '실망'은 새삼스럽지는 않다.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당연히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인) 기본적이고 단순한 사실. 스마트폰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듯 내 생각도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게다가 그 '실망'이라는 건 대부분 영화 속 특정 사회적 이슈나 정치 현안에 대한 태도를 향한다기보다는 순전히 필자의 영화에 대한 감상 자체를 겨냥할 때가 많다. 본인한테는 재미없었는데 리뷰어가 그 영화의 장점을 칭찬하고 있으면 돈 받은 거 아니냐고 하는 식. 너무 기본적이고 단순한 사실 한 가지 더. '리뷰'는 정답이 아니라 의견이다. 덧붙이자면 표현의 자유는 아무 말이나 다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상대를 향한 존중 및, 상대의 의중을 헤아리려 노력하는 사고방식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다. (2019.08.14.)


영화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 스틸컷



*노트에서 컴퓨터로 옮겨 적고 보니 생각난, 남은 이야기 1: 다행인 건지 어떤 건지, 나는 위에 적은 것과 같은 반응을 내 글에서 마주한 적은 아직 없다.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도 아니기도 하거니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여력이 닿는 한에서 하나하나 답글을 쓸 용의가 있지만, 예의 "실망이다", "돈 받고 글 썼냐" 같은 류의 덧글을 다는 사람 대부분은 애초에 글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거나 답글을 달아도 반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대개 자기 할 말만 하는 성향인 경우가 많아서.)

*남은 이야기 2: 본문과 유사한 예 하나 더: "이 영화 평점이 왜 이래? 알바 풀었나?" ('알바'에 대한 막연한 지레짐작이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마케팅 담당자나 관계사들이 일부 실관람평을 목적으로 예매권 소량을 구매하는 경우는 있으나, 그 어떤 영화도 그걸 수백, 수천 명씩 쓰는 경우는 없다. 상식적으로 비용을 생각해서도 비효율적이고, 상업영화 기준 개봉 첫날 관객이 10만 명, 20만 명을 넘어가는데 소위 '알바'의 영향력이라는 게 있다 해도 기껏해야 개봉일 초반 두어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남은 이야기 3: 매번 놀라는 사실이지만, 한두 작품만으로 연출자나 작가의 '사상'과 '삶' 전체를 다 아는 것처럼 재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화 속 어떤 (실존) 인물이나 역사에 관하여, 영화가 그것을 그려내는 방식이 마치 그 영화가 그 인물이나 그 역사를 대하는 태도 자체인 것처럼 혼동하는 것도 마찬가지. (세종대왕, 이순신, 독립군, ... 이건 정말, 할 말이 너무나도 많다. 몇 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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