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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30. 2019

노래 한 곡으로 떠올린 지난 '나'들의 이야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고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것 말고, 오직 볼 수만 있거나 오직 들을 수만 있거나, 아니면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일종의 치트키다. 그 사람과 함께 들었던 노래, 그때 길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그날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 그런 것들은 청각을 초월한다. 2017년 4월 15일. Coldplay의 'Fix You'를 들으면서 나는 얼마나 마음이 들떠 울었나. 그 사람이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를 알려주었을 때 나는 그 노래를 얼마나 많이 반복해 들었나. <유열의 음악앨범>은 영화 전체가 하나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사연과 신청곡, 신청곡과 사연들.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생각하며 표정을 떠올리며 나는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지난 시간의 선택들이 더 이상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기를. 과거에 붙잡혀 오늘을 자책하지는 않기를. 내가 시간을 용서하지는 못해도, 시간은 언제나 나를 보듬어주기에, 나 역시 내 오랜 순간에 기꺼이 의연해질 수 있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을 떠올리면서도 나는 그때의 실수와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말해볼 수 있기를. 지난 자신들에게 영화 한 편을 보여주고 싶었고 노래 한 곡을 들려주고 싶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극장을 나섰다.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나일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나'들은 이제 여기 없다는 생각에. 지난 '그 사람'들도 여기 다시는 없다는 생각에. (2019.08.29.)




*프립 소셜 클럽 '영화가 깊어지는 시간': (링크)

*관객의 취향 '써서 보는 영화' 9월반: (링크)

*영화 글 이메일 연재 '1인분 영화' 9월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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