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라이트 감독 영화 <어톤먼트>(2007)와 그 원작인 이언 매큐언 소설 『속죄』(2001)를 주제로 한 영화모임을 진행했다. 물론 이야기는 '브라이오니 이 나쁜...' 따위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와 소설 모두 자신이 다루는 비극의 이유를 단순화하지 않았고 인물들에게 풍부하고 감정의 진폭이 큰 사연을 세밀하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대화 중 '글쓰기는 오해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생각할수록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건 결국 문학이, 이야기가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적 필연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의 안팎에서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 그것들의 조화가 무심한 듯 하나 둘 쌓여서 거대한 비극을 만들고 마치 운명처럼 다가오는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자신이 알고 믿는 것이 '옳다'고 여기고 그에 따라 뱉어낸 말 한마디가, 있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브라이오니 때문'이 아니라는 것. 온전히 속죄할 수도 속죄될 수도 없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계속 시작된 채 질문을 남긴다. (201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