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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4. 2016

열어주기

지금으로부터 족히 7년은 되었을 어느 새해 자정을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맞은 적이 있다. 남들 다 놀 때 나는 돈을 번다며 잠시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하루가 바뀌고 숫자 하나가 올라가는 정도로 여길 만한 게 그땐 그리도 쓸쓸했다. 그런 와중에 잠시 지나쳐 담배 하나 사고 캔맥주 하나 사는 손님이 커피 한 캔을 쥐어주기도 하고, 어떤 중년의 부부는 추운데 고생한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도 하는 그런 순간들은 그 심야의 고단함을 이기는 힘이 되곤 했다.


언제나 나는 꼭 해야 하는 말, 이를테면 적립 카드 있으시냐는, 그런 말들 빼고 먼저 내가 뭔가를 건네거나 덧붙이는 데에 서투르곤 했다. 특히 연말이면 더했다. 그래서 올 한 해 수고 많았다는, 내년에는 뜻하는 바 이루는 나날이길 바란다는, 다정한 인사들을 먼저 꺼내주는 이들이 그래서 참 고마웠다. 어떻게 뭔가를 말해야 하나 선뜻 입을 열거나 글자를 적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때에, 날 먼저 열어주고 두드려주는 그 말들이 말이다.


한 살을 더 자란 만큼 이제는 조금씩, 따뜻함을 먼저 건네주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했다. 조금씩. 내가 조금 건네는 말들이 누군가에겐 많은 복을 가져다주는 날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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