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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30. 2015

좋은 선배

나름대로 이 업계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이리저리 허둥댔던 것이 불과 얼마 전임을 떠올릴 때 지금은 어느새 이곳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일처리를 하고 있다. 바쁜 것도 나쁘지 않고, 여유로운 날엔 그것 자체로 즐겁다.


뷔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건전하디 건전한 송년회 자리가 어제였다. 식사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진행 중인 안건과 처리해야 할 이슈들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는 것이 영락없는 영화인이다. 내가 내년이면 벌써 햇수로는 2년차라는 소릴 농담처럼 했다.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으시는 실장님(대표님)이 "여러분이 앞으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가야 해요"라 그간 종종 지나가듯 이야기했던 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대리님도 퇴사를 하고 나면, 과장님과 대리님이 없는 사무실엔, 내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해야 할 것들 뿐이다.


편하게 일을 물어보고 확인 받을 수 있는 윗사람의 빈자리가 막막한 게 아니라, 마침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 없이 바쁜 지금이, 경험하고 느끼며 단련되기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멋진 시기라고 느꼈다. 한 영화의 배우 소속사와 연락을 하면서 다른 영화의 글자료를 작성하고 또 다른 영화의 선재물을 함께 확인하는 지금 같은 시기를 마치 전부터 기다렸던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퇴사를 앞둔 과장님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단하되 따뜻하고, 철저하되 여유 있는 1년이었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2016년의 첫 월요일, 새로운 입사지원자가 면접을 보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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