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발견한 세계에 대해 쓰기
허은실 작가의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이라는 에세이가 있다. (위즈덤하우스, 2014) 영화는 관객 각자에게 모두 고유한 방식으로만 열리는 책과 같다. 저마다의 개별적인 우주이기도 하면서, 그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곤 한다. 한데 이 우주들은 사유하지 않으면 발견될 수 없다. 영화와 책의 사유란 그것을 접하고 나서 시작되는 과정인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것이 그 방법이다. 책과 달리 영화는 사람이 가진 기억의 한계와의 좀 더 밀접한 싸움이다. 읽는 속도와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책과 달리 영화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동일한 속도로 멈춤 없이 흘러가기 때문. 그래서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란, 우주를 발견한 자신이 태생적으로 지닌 한계를 넘어서, 그 발견된 미지의 공간 속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이런 생각들을 해보던 중,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왜 쓰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넓혀보고 싶어져 새 글 한 편을 썼다. 글을 위한 글이고, 곧 더 넓은 우주를 찾아내기 위한 글이다. (201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