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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5. 2016

영화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영화의 매력이 뭐죠?


너무 당연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내 관심사에 대한 질문이었음에도, 답이 술술 나오지 못하고 다소 바보 같은 이야기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아, 우선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가격 면에서) 대중적인 접근성이 높아요.


그리고 나서야 일전에 비슷한 질문에 관한 답을 쓴 지원서 내용을 떠올리며 재미, 감동,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날 저녁 나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치킨을 뜯고 있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이 입 안에 남은 맥주의 뒷맛처럼 떠나지 않았다.


질문에 감사하며 이제서야 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한 마디로 영화는 사람을 가장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영화는 장르와 국적과 내용을 막론하고 사람이 만들었기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는 배역을 경험하면서 그 사람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은 그럴 수 없다. 그 사람이 직접 될 수 없기에 처한 상황과 맥락을 보며 간접적으로 유추하고 이해한다. 그래서 영화란 간접 체험이며, 그래서 같은 영화도 누구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맥락을 훑으며 그 상황 자체가 재미있어 웃음 지을 수 있고, 주인공의 감정이 너무 깊고 슬프게 와 닿아 눈물 지을 수 있고, 영화에 나오는 인물의 특정한 대사나 행동을 보면서 그간 고민해왔던 문제나 방향에 대해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경험하는 속도와 양을 자의로 조절할 수 있는 문자 매체와 달리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정보를 쏟아내고 관객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완전하게 최고의 작품도 없으며 반대의 경우도 없다. 감상의 좋고 나쁨은, 이른바 '호불호'라 칭해지는 건 사실 모든 영화에 빠짐 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도, 모두를 불만족시키는 영화도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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