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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4. 2016

내 일이 나만의 일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의 작은 변화

<내일을 위한 시간>(2014),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1박 2일(Two Days One Night)을 뜻하는 원제만큼이나 국내 개봉명인 <내일을 위한 시간>도 영화를 보고 나면 꽤 탁월한 작명으로 다가온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주인공이 복직을 위해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는 시간이다. 다루기 쉽지 않았을 소재를 오히려 쉽게 다뤄낸 다르덴 형제의 연출은 BGM과 온갖 기교들을 모두 배제한 채 오로지 산드라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가 성취해 낸 기교가 된다. 조금만 무리했다면 감정에 치우칠 수 있었을, 그러지 않았기에 더욱 명작이다. 복직을 앞둔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에게 회사 동료들이 자신의 복직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전화가 걸려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료(산드라)의 복직과 자신의 보너스 중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일을 위한 시간>은 선택받는 사람을 결코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으며, 선택하는 사람을 돈을 위해 동료를 버리는 악인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반장조차도 마냥 원흉으로 볼 수는 없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의 주인공은 산드라이지만, 그녀와 함께 일한 16명의 팀원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이들이다. 그들 각자의 생계가 걸린 문제기에 선뜻 결정 내리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래서 산드라가 직원들을 설득하러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얼핏 반복적인 상황의 연속일 것으로 보이지만 매번 다른 대화가 이어지고 그것이 작은 변화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양자택일의 상황은 단순하지만 선택을 하는 사람은 복잡하다. 희망과 절망은 늘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세상에서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어느새 자신의 일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얻는다.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하는 '생활밀착' 연기의 (다르덴 형제가 캐스팅한 최초의 스타급 배우란 것도 잊게 만들) 정수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은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내일을 이야기하지만 오늘과 가장 맞닿아 있는 <내일을 위한 시간>의 산드라의 뒷모습은 지금껏 영화에서 본 가장 당당하고 아름다운, 잘 싸운 뒷모습이다. 늦게라도 극장에서 그 뒷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 9/10점.)





<내일을 위한 시간(Deus jours, une nuit, 2014)>, by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2015년 1월 1일 (국내) 개봉, 95분, 12세 관람가.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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