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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여기서도 꿀 수 있어

영화 <와일드 로즈>로부터

by 김동진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피하기만 하려 했던 주인공이 스스로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진짜 노래는 시작된다. 영화 <와일드 로즈>는 슬픔을 붙들 손이 있고 아픔을 삭일 눈물이 있는 한 우리는 계속, 다시 노래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어딘가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B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준우승으로 활동을 시작해 노래와 연기 양면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시 버클리는 노래하지 않는 순간에도 쌓인 이야기를 언제든 내놓을 것처럼 극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너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봐도 된다"는 응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발판은 누군가의 조력이 아니라 스스로의 다짐이다. 뮤지션 주인공을 다루는 영화의 흔한 도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와일드 로즈>는 전하려는 이야기를 (사운드트랙에만 기대지 않으면서도) 명확히 담을 줄 아는 영화다. 그러니까, 컨트리 싱어라고 해서 꼭 내쉬빌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있는 곳이 곧 방향이자 과정의 중심지이므로.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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