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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22. 2019

과연 물을 언제까지나 '물 쓰듯' 쓸 수 있을까?

뮤지컬 <유린 타운>으로부터

(앞선 일기에서 계속) <유린 타운>은 빈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그나마 값이 싼) 공용화장실을 배경으로 화장실 관리소장과 직원, 그리고 화장실 이용자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한다. 당장 돈이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불법으로 규정된 '노상방뇨'를 하는 일, 그리고 '쾌변주식회사' 사장의 딸이 등장하는 일이 극 전개의 주된 전환기가 되는데, <유린타운>은 단지 쾌변주식회사를 악덕 기업으로 그리는 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예컨대 그 수장은 자신이 물 부족 문제에 맞서 물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이는 생각해볼 만한 점이다. 가령 본 작품이 그리는 정도의 사회적, 환경적 배경에서라면 모두가 자유롭게 화장실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곳의 물은 과연 공공재 혹은 자연자원일 수 있을까? <유린 타운>을 관람하고 나서 통쾌함이 아니라 찝찝함을 안고 나오게 되는 건 그래서다. 공연 바깥의 현실 세계가 <유린 타운>과 같은 곳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2019.10.14.)


뮤지컬 <유린 타운>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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