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극장에서 보려고 했던 영화는 토드 필립스의 <조커>(2019)였지만 저녁이 되자 그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온종일 다른 일들에 열중하느라 (원래 잘 살피지 않기는 하지만) 바깥이 어둑해진 뒤에야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두 개를 보고서. '조국 사퇴', 그리고 '설리'.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내 일상을 보내는 동안 한 사람은 짐을 내려놓았고 다른 한 사람은 끝내 삶을 내려놓고야 말았구나. 어제 느낄 수밖에 없었던 망연한 슬픔은 오늘도 사라지지 않았다. 현실에서 숱한 아픔과 비극이 일어나는 동안 나는 한낱 영화의 간접체험과 그 잔영에 몰두해도 되는 것인가. 한편으로 <조커>의 예매를 취소한 건 무겁고 진지한 드라마를 '오늘만큼은 피하자' 싶은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현실의 슬픔을 간접체험으로부터의 비슷한 종류의 감정으로 희석시키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201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