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Jan 18. 2016

젊다는 것은 곧 삶의 방향타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유스>(2015), 파울로 소렌티노

시간이 흐를수록 체감적으로 시간이 쌓이는 속도는 조금씩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새롭고 자신을 이루는 세계의 일부로써 그 모든 것을 취하던 유년기를 지나 기억에도 패턴이 생기고 삶을 취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고착화 되어가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는 빠르게 스스로의 우주를 살찌우고 스펀지처럼 세상을 빨아들이더니 생의 말년에는 다시 탄생의 순간, 혹은 미성숙했던 순간들을 그린다. 스스로도 체감하지 못할 만큼 짧은 순간에도 조금씩 유한한 수명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 시대를 초월하고 누구나의 화두로 잠시라도 자리 잡았을 것이 바로 젊음이다.



바로 그 젊다는 것에 대한 탐구로 탄생한 <유스>는 모든 것에 무기력하면서, 건강함에도 스스로를 병들었다 생각하는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 벨린저'와, 그의 곁에 창작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으며 젊은 스태프들과 마지막 작품의 결말을 채워가는 노장 감독 '믹 보일'을 두어 노년의 단면들을 천천히 훑어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스>는 벨린저의 딸 '레나 벨린저'와 젊은 영화 배우 '지미 트리'라는 캐릭터까지 추가해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생각과 열망의 젊고 늙음까지 탐구하려 한다.


하나같이 생기없이 고개를 떨군 채 침묵하는 이들을 사우나에 줄지어 배치하는 등 이미지가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연출을 여전히 사용하여 <유스>는 감독의 전작보다 한결 차분하지만 여전히 화려하다. 게다가 주인공이 묵는 호텔의 지나가는 인물들조차 시각적으로 철저하게 젊음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밖에 없게 꾸며놓는다. 현실의 서사 구조에 신경쓰기보다는 무의식 속 잔상의 나열처럼 이미지와 영상을 흩뿌려놓아 (놓아두는 게 아니라 그냥 놓은 쪽에 가깝다 할 만큼) 일종의 여백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저 나이듦에 대한 회한 뿐 아니라 삶의 목표와 생의 열정까지 고루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유스>는 가장 명료하면서 동시에 가장 넓고 깊은 주제의식을 제목 그 자체로서 담아낸다.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의 거리감이 곧 젊음의 정도를 규정할 것이라 말하는 <유스>의 앵글은 인물을 담는 방식을 그 인물이 세상을 보는 관점과 연결하여 배우의 얼굴을 풍부하게 활용할 줄 안다. 호텔 야외의 360도 회전하는 공연장을 그 무대에 직접 서 있는 것처럼 보여주며 과거를 보는 눈과 미래를 향하는 눈이 따로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돌려말한다. 유년의 미래가 곧 노년의 과거가 되는 생의 순리와, 시간의 흐름은 스스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속성을 동시에 말이다.



젊을 준비는 몸이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먼저 한다. 마음의 준비란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어서 우리는 끝내 가다듬어지지 못한 채 그저 흐른다. 삶은 엔딩을 입맛대로 연출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로 흐르는지 방향만을 대략 가늠할 수 있을 따름이다. 전체는 돌고 돌지만 순간은 철저히 아름답고 유려한 이 영화 한 편을 마치고 나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돌아보게 된다.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앞을 내다보면서. 전진할 줄 아는, 혹은 전진하려 애쓰는 우리는 충분히 젊다. (★ 7/10점.)



<유스(La giovinezza, Youth, 2015)>, 파울로 소렌티노

2016년 1월 7일 (국내) 개봉, 124분, 15세 관람가.


출연: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폴 다노, 레이첼 와이즈, 제인 폰다 등.






*좋아요와 덧글, 공유는 글쓴이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시간을 선물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