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사이드'(2009)로부터
(직전 일기에서 계속) 그러니까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가 갖고 있는 힘은 제목에서부터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타인으로 인해, 이야기로 인해 내 '블라인드 사이드'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중 '리 앤'이 친구들과 시내에서 브런치 모임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이클'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리 앤'의 선행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친구들을 향해 '리 앤'은 "Shame on You"라며 일갈한다. 잘 사는 백인인 게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져 있고 익숙한 환경 바깥에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리 앤'도 처음에는 마이클을 하룻밤 재우는 게 과연 괜찮을지(즉, 물건이 없어진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진 않을지 등) 남편과 의논하기도 했고 '리 앤'의 가족들 역시 마이클을 식구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누구나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만큼의 개방성과 포용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블라인드 사이드>의 오프닝이 얼핏 마이클 오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이는 1985년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뉴욕 자이언츠 이야기로 시작되는 점은 훌륭하다. 마이클의 선수 포지션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혼자서는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관해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