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샐린저'(2013)로부터
다큐멘터리 영화 <샐린저>(2013)는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잘 알려진 작가 J.D. 샐린저의 말년에 얽힌 궁금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정확히는 '그는 왜 은둔 생활을 택했을까'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데, 그의 생전 중요한 관계를 맺었던 동료와 출판계 관계자, 연인 등 생존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증언과 사진 자료가 <샐린저>의 중심이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지 않은 사람이어도 작가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만큼 그의 작품은 당대 문학사는 물론 대중문화계에도 큰 영향을 가져다주었는데, 영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은둔 생활의 단서 중 하나는 그가 대중매체에 스스로가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작중 어떤 인물의 언급에 따르면 샐린저는 '작품만으로 이야기해야지 작가가 드러날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나는 작품에 드러난 것을 곧 작가의 삶이나 작가의 삶의 태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샐린저의 그 생각에는 수긍할 수 있다. 불필요한 가십과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작품 그 자체로 모든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