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f**king funny!"
쿠엔틴 타란티노의 수많은 말들 중에 이런 게 있다. "Sure, my films are fucking intense. But it's a Tarantino movie. You don't go to a Metallica concert and ask the fuckers to turn the music down."
좋은 스토리텔러의 기질 중 하나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차피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말의 앞부분에는 "I don't feel the need to justify the violence."라는 대목도 있는데,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폭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그냥 그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 그것만으로 현실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대부분의 필모그래피를 훑은 상태에서 새삼 만난 그의 장편 연출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은 그래서 더 탁월한 데뷔작으로 다가온다. 대학을 나오지도 영화학을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확실한 취향과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었던 사람. (그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두 번 받았고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세 번 받았다.) 제작비만 없었을 뿐이지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타란티노 영화'의 모든 것이 이미 데뷔작 한 편에 다 있다.
평론가 조너선 로젠바움은 <저수지의 개들>에 대해 "이 영화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99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인 건 확실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007, Chicago Reader) 이 세상에는 끝내주는 오락을 만드는 사람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좋아서 만드는, 단단한 취향을 지키며 나날이 세계를 넓혀나가는.
작년 연말 미국의 한 토크쇼에 출연한 쿠엔틴 타란티노는 우마 서먼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킬 빌 3>에 관해 대화 했다는 언급을 한 적 있다. 그때 '향후 3년 내'라고 했는데 3년이라고 한다면 <킬 빌 - 1부>(2003)가 나온지 꼭 20년이 된다.
그게 그의 열 번째 영화가 될지, 열 번째 영화 이후 그가 정말로 은퇴할지, 아니면 검을 만드는 장인 '핫토리 한조'처럼 더 이상 검을 만들지 않겠다고 한 다짐을 깨고 다시 누군가를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이자 스스로의 취향이 적극 담긴 총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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