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야 해, 이겨내야 해"
이렇게 말하면서 일어나는 신랑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즘 마루에서 잠을 자는 아이가
아빠가 술을 마셔서 잠들기 힘들다고
자고 있는 내 방으로 투덜대며 들어온다
"아빠가 막걸리 두병을 더 사 와서 네 병 먹었어요.
저렇게 술을 많이 먹는 아빠를 이해하기 힘들어요."
아이가 자연스럽게 옆에 누우면서 말한다.
잠이 들다가 깨면 보통은 아이에게 신경질적으로 “나가”라고 말하는데
어제는 그냥 아이를 받아주었다. - 요즘 가끔씩 아이와 함께 잤던 날들이 그리워서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침대의 한 구석에는 아이가 이상한 위치로 자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는 나도 신랑이 술을 먹는 것에 대해 분노와 원망이 극에 달했고,
“알코올중독자”라고 판단하고 다양한 자조모임을 검색해서 참가했다.
내가 참여했던 모임에는 주로 60대 이후의 아내분들이 대부분 이였다.
그런데, 그날은 3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참석한 것이다.
‘아내가 알코올중독자?’
사연을 들어보니 결혼한 지 3년 즈음되었는데,
아내는 술만 먹으면 자살을 시도해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
헉,
세상에!!!
그 모임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알코올 중독자 가족의 자조모임은 졸업? 한 상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신랑은 그 정도는 아니니까 안심한 것일 수도.
그렇지만 일상은 언제나 똑같다.
어떻게 저렇게 매일 술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또 어떻게 다시 술을 마실까?
우연히 어떤 스님의 유튜브를 보게 되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술이 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약이다라고.
당신의 삶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신랑 때문에 힘들다”라고 말을 하는 것은,
내 삶의 주인은 “신랑”이라는 것이다.
아, 나는 그동안 신랑을 내 삶의 주인님으로 모시고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랑은 왕복 5시간 남짓의 회사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고
술은 그에게는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도와주는,
잠깐 느슨하게 하는 약이다.
오늘은 산에 안 갈 거야!!! 하면서 산에 가는 나처럼,
오늘은 술을 안 마실 거야!!! 하면서 술을 마신다.
신랑의 술은 나의 산이다.
이제는 알겠다.
50이 되면서 나의 생각이 변했는데
아직 십 대인 아이가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신랑이 들어와서 자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건다.
“막걸리 네 병을 먹었더니 미쳤어”
“막걸리 네 병을 먹었더니 아빠가 바보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