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를 즐기는 방법

두 번째 귀 피어싱을 하다

by 미친 선녀

2025년. 5월 1일.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


봄에 내리는 비

마치 여름에 내리는 장대비 같았던 봄비였다.


신랑은 홍콩 무슨 전시회 간다고 출장을 간 날.

나는 예쁜 츄리닝 바지를 몇 개 사고 싶었는데

-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기준임-

인터넷 검색을 해도 내가 사고 싶은

세미나팔 스타일이 찾기 어려웠다.

검색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고르는데 시간이 절약되려나?

며칠을 검색해 봤는데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래, 직접 옷을 봐야겠다 결정하고

신랑도 없겠다, 자유다 자유.


그렇게

간 곳이

동대문이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광역버스에 서울버스를 타고

동대문에 도착하고

아침부터 서둘렀으니

아마 10시 전에는 출발했을 것이다.

몇 시에 동대문에 도착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전에 도착한 동대문은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동대문은 한적했다.

우선 나의 목적인

츄리닝 바지를 찾아보았는데

세미나팔은 도무지 없다.


요즘 스타일이 아닌가 보군.


그래도 여기까지 큰맘 먹고 왔는데

뭐라고 사가야 하지 않나?

그냥 빈손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웠다.


오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많았는데

우선 숏 재킷들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이 눈에 들어왔는데

같은 스타일에 핑크색도 눈에 들어온다.

살까 말까

두 개 다 사면 너무 낭비일까?

가격은 두 개를 사도 5만 원은 넘지 않으니

괜찮다.

판매직원님도

너무 잘 어울려요

어쩜 이렇게 예쁜가요


이런 말을 하니 귀가 솔깃하다.


그날 아마 청바지에 운동화를 입고 간 거 같은데,

보통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치마를 입고 나가는데

그날은 청바지를 입고 갔다.

그 청바지도 2008년쯤에 사서 꽤 오래된 친구 - 그 당시에 유행하던 골반바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와 지금의 몸무게는 거의 비슷해서

오래된 옷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새 옷들을 입고 싶은 마음도 굴뚝인데

살짝 결정장애인 나는 옷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즉홍적이다!!!

모순이야, 모순!

결정장애인데 즉홍적이라니~~


그렇게 판매직원의 칭찬이 이어지자

결국 두 개를 지르고 만다.


예쁜 숏재킷을,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 옷을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하니

신난다.


그러다가

좀 더 구경할까?

하다가

어쩌다가 요즘에 입는 배까지 올라오는 청바지에

또 그 청바지에 어울리는 티까지 몇 개 사게 되었다!!!

티는 입어볼 수 없는 옷인데,

판매직원은 날씬하셔서 잘 어울릴 거라고 한다.


그 말에 홀딱 넘어간 나는,

값을 지불하고

새로 산 청바지와 같이 입어보니

작다. -옆구리와 아랫배의 살이 튀어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타이트한 스타일인데

20대가 어울리고

나에게는 조금 무리인데....

음...

이미 돈을 지불했는데

나는 그런 종류의 티를 3개나 구입한 후였다!!!


후회가 많이 왔지만

어쩌랴~~~

어떻게든 입어야지~~

치마에 입든,

먹는 것을 좀 줄이든지.


회색티를 입고 왔던 나는

분홍색, 아이보리 색에 꽂혔을 것이다.


5월은 봄 아니더냐?


그렇게 쇼핑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가발이 보였다!!

앞머리 가발 있으면 한번 써볼까?

했는데

머리에 포인트를 주는 보라색 브리지가 눈에 들어온다.


훌라춤출 때 이쁘겠네?

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색들의 진짜 머리카락이 염색되어 있었다.

몇 가닥을 골라서 색을 조합하는 형식.

몇 가닥을 조합했더니 2만원 남짓한 가격이다.

비싸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사장님은 정성스럽게 브릿지 가닥을 조합해 주시고 손님은 나뿐이고......

안산다고 말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 -사장님의 수고에 미안한 마음도 강했다-

저질러 버렸다!!!


가발보다는 저렴하니까 괜찮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젠 정말 집에 가야지 했다.


1층으로 내려오는데

이번에는 귀걸이 피어싱

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귀 연골 피어싱은 해 본 적이 없다.

2024년에

문화재단에서 시민 기획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귀 연골 피어싱을 한 대학생들과 며칠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학생들의 귀를 자세히 보면서 부럽고 예뻤다.

(20대에 아이를 낳으면 딸뻘이다)

나도 하고 싶다

라는 소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평생교육원에서 원예심리 관련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는데

혹시 여기 샘들 중에서 피어싱 하신 분이 계실까?

궁금해서 자세히 관찰하다가

유럽 여행을 자주 다니시고 멋쟁이이신 60대 샘의 귀에서 피어싱을 발견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니!!!

2024년 4월부터 같이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9월쯤에서야

그분이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나!!!

선생님!!!

피어싱은 언제 하신 거예요?"

"40대 후반에 딸이랑 쇼핑하다가 우연히 하게 되었어.

샘도 한번 뚫어봐, 예쁠 거야."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다.

그러나 딱히 피어싱 하는 곳을 검색해 보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2025년.

5월 1일

이제 집에 가야지 하는 순간에

그 피어싱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피어싱보다는

그냥 귀걸이 구경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갔다가



'피어싱

귀 뚫어 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남자 직원님께

"정말 피어싱 뚫어주세요?"

물어보았고

"네."


마침, 반짝이는 큐빅이 눈에 확 꼿힌다.

"이걸로 해 주세요

제일 안 아픈 곳에 뚫어 주세요."


그렇게 첫 번째 피어싱을 하게 되었다.


그냥 순간 따끔했다.


아!!

나도 정말 피어싱을 하는구나!!!

반짝반짝하는 귀가 예뻐 보이고

세상을 다 갖은 거 같은 행복함 ㅎㅎㅎㅎ


그런데 하고 나서는

그 위치가 머리카락에 가려 잘 안 보이는 게 장점.

그리고 내 귀 자체가 접혀있는 귀라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아, 잘 보이는 곳에 뚫어달라고 할걸.


사장님은

한번 피어싱을 하면 또 하고 싶어질 거라고

그때 또 오라고 하신다.


그렇게

장대비가 온 여름날

즉홍적으로 오른쪽 아웃컨츠 위치에 피어싱을 했다.


그러고 나서

2026년 1월 28일.


수요일은 주민센터에서 난타 수업이 있는 날.

강사님이 사정이 생겨 갑자기 휴강을 하게 되어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마침 동네 피어싱 잘하는 곳을 검색하고 있던 상황이다.


내일 할까?

계획을 하고는 있었는데

오늘이 날이야, 날

이렇게 생각하면서



7시가 넘은 저녁인데,

여전히 한파이고도 하고.

친정엄마가 주신 빨간색 인조 세무 자켓을 입고

노란색 목도리를 하고

경전철을 타고 피어싱샾으로 간다.




'잘 보이는 곳으로 해 주세요.

오른쪽, 왼쪽 어디에 할지는 모르겠어요.

두 개도 가능할까요?"


사장님은

왼쪽 귀의 중앙쪽 자리를 펜으로 그려주시면서

- 그 위치가 이너컨츠라고 하심-


"여기가 잘 보여요."

"아픈가요?"

"오른쪽과 비슷할 거예요."



피어싱을 골라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다.


가볍게 써지컬로 할 생각인데,

종류가 많다.

사장님은 다른 고객의 타투를 하던 중이라 좀 바쁜 눈치다.

난 이것저것 여유 있게 고르려고 했는데

그런 상황은 아닌 게 아쉬웠다.


오른쪽에 한 큐빅보다는 작은 큐빅으로 정했다.


순간

따끔하고 끝!!!


처음 피어싱 했을 때보다는

덜 아픈 느낌.


작년에는 49살

올해는 50살.

올해는 브런치 작가된 기념으로 왼쪽 두 번째 피어싱 한 거야.


연골 피어싱은 귀걸이라는 달리

혼자 뺄 수가 없어 늘 하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장점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몇 달은 잘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단점 이긴 하다.


그래서 두 번째 나의 피어싱이 탄생했다.

오른쪽 피어싱은 이제 색이 있는 다른 모양으로 바꿀까?

파란색?

에메랄드색?

카키색 큐빅도 있을까?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큰 행복.

갱년기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일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두 번째 피어싱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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