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막내딸 방, 베란다 정리가 있었다.
옷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헹거를 설치해 주고 기존에 있던
작은 헹거 두 개와 서랍장 하나는 폐기했다.
그가 고생했다.
아이들 앨범은 물론이고 결혼식 앨범도 거기 있었다.
진즉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참 난감한 일이라...
- 자긴 버렸어요?
- 나는 버렸지. 자긴 놔둬도 돼. 뭐라고 안 해.
- 버리긴 해야지. 이 참에 해야겠다.
그 일이 있었고
어제 개그맨 심현섭 씨가 결혼 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간 사진을 봤다.
신부가 입은 한복(연두저고리와 분홍치마)을 보고 마침 생각이 났고
아, 오늘 정리를 하자 마음을 먹었다.
퇴근 후 집안일을 끝내고 꺼내서 보니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또 똑같은 고민.
애들은 시원하게 잘라버리라고 하는데 반쪽만 남은 사진을 보는 것도 그렇고
한 번 훑어보고 혼자 있는 사진만 놔두고 둘이 찍은 사진은 폐기하는 걸로 결정했다.
정확히 32년 전 4월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서 큰 딸도 말했지만
- 어리네. 어렸네.
- 그러게. 어렸네.
그한테도 보내줬더니
- 지금이 더 예뻐.
요즘 이관식이라고 말하고 다니더니 진짜..ㅎㅎ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달콤해야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모진 바람이 안 불 수는 없다.
어떤 것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그저 지금처럼 살면
적어도 후회는 없을 거 같다.
이관식 씨가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을 거 같고.
오래전에 <살인의 추억>의 영화 제목을 보고
아니 살인을 추억한다고? 무슨 제목이 그렇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추억: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함이라고 돼 있었고
난 막연하게 좋을 때만 쓰는 표현인 줄 알았는데 정확한 뜻을 그때 알았다.
감독의 창의력에 놀라기도 했고.
내게 추억도 그렇다.
싫든 좋든 추억이다.
본의 아니게 요즘 추억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뭐가 됐든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