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감각의 큐레이션

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13

by 손안의 우주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종종 스타일을 어떤 특별한 색깔이나 고유한 개성으로 여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스타일이란 감각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방식, 즉 감각의 큐레이션이다.


예를 들어 나는 타블라에서 검지손가락으로 다얀의 바깥쪽 껍질(Kinaar)을 타격하는 '나(na)' 소리에 대해 두 가지 감각을 알고 있다. 첫 번째는 검지를 인식의 중심에 두고 그 손가락 자체로 직접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때 검지는 힘의 주체가 되어 타격감이 뚜렷하고 타점도 정확하다. 반면 두 번째 방식은 검지를 의식에서 지우고 약지와 엄지를 인식의 중심에 둔다. 이때 검지는 주체가 아니라 결과가 된다. 약지와 엄지를 정확한 위치에 잘 던지면 검지는 자연스러운 반동으로 타격에 이른다. 나는 이 두 번째 감각을 선호한다. 동작이 커져 타점이 다소 흐트러질 수는 있지만 소리는 더 크고 울림도 더 길다. 무엇보다 간접 타격이 직접 타격보다 검지에 힘이 더 잘 빠진다. 같은 '나' 소리지만 어떤 감각을 중심에 둘지는 내 선택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청명한 Na 의 울림

고수는 자신이 느끼는 감각의 질감을 알고 있으며, 그중 무엇을 앞으로 내세울지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입문자는 감각에 대한 앎이 적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배운 대로, 들은 대로 따라할 뿐이다. 하지만 숙련자는 다르다. 감각을 고르고, 다듬고, 배열할 수 있다. 어떤 소리를 강조할지, 어떤 흐름으로 이어갈지, 어떤 여운을 남길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그 선택의 방식, 감각을 조합하는 취향과 전략, 그것이 바로 스타일이다.

감각의 시냅스는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복리의 효과를 따른다. 한 번 쌓인 감각은 다음 감각의 해석을 더 정밀하게 하고, 그렇게 정밀해진 감각은 또 다른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마치 작은 이자가 시간이 지나며 거대한 자산으로 불어나듯, 감각의 축적도 일정 임계점을 지나면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그래서 입문자에게는 보이지 않던 미세한 질감이 숙련자에게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결국 이 감각의 축적이 곧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 때문에 숙련자는 입문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이미 쌓인 감각 위에 새로운 감각이 배가되며 학습의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그 복리적 누적은 단순한 기교를 넘어 연주에 다양한 어휘와 풍부한 표현력을 부여한다. 같은 소리라 해도 그 안에 담기는 결이 달라지고 억양과 뉘앙스가 섬세해지며 음악은 점점 더 깊은 색채와 다층적 울림을 띠게 된다.

스타일은 기술이 아니다. 스타일은 선택의 결과다. 모든 소리를 완벽하게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소리를 고를 줄 아는 사람, 감각을 어떤 순서로 배열할지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드러낼지를 아는 사람이 스타일을 만든다. 그 선택의 방향과 감각을 엮어내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의 개성이다.

글/정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