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음악과 감정은 하나다

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18

by 손안의 우주

나사는 1970년대부터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에서 발생한 전자파를 수집해 이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해왔다. 2014년에는 Voices of the Planets이라는 이름으로 이 데이터를 공개했고 지금은 유튜브에서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이른바 '행성의 소리'라고 불리는 이러한 음향은 인간이 상상해온 우주의 울림을 실제로 들려준다.


예를 들어 목성의 소리는 마치 거대한 폭풍우 속에 들어선 듯한 강렬함을 주며 전기적 스파크 같은 불규칙하고도 위엄 있는 소리를 쏟아낸다. 가히 태양계의 대장 행성다운 면모를 보인다. 반면 전 지구인들이 사랑하는 토성은 그 이미지와는 달리 비명소리 같은 기괴한 소리를 들려준다.


행성의 소리들

나는 인도음악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 별들의 소리를 먼저 들려준다. 그것을 음계로 상상하고 손으로 번역해보려는 시도야말로 인도음악의 본질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대 인도인들에게 음악은 곧 우주였다. 음악은 인간과 우주가 하나로 이어지는 명상의 도구였으며 그 과정을 담아낸 소리의 시스템이 바로 라가(Raga)였다. 별과 행성은 각기 고유한 진동을 품고 있으며 그것을 인간의 청각으로 옮기면 일정한 배음 구조를 가진 음계가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또 별의 순환과 행성의 움직임을 단순히 계절이나 시간을 재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음계의 질서가 싹트는 원리로 이해했다.

바로 이 때문에 인도 전통 음악에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연주하는 음계가 달라진다. 계절과 하루의 시간대 또한 우주의 배치와 진동에 따라 달라지는 질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는 그 변화에 조응하며 연주함으로써 우주가 가진 고유한 흐름과 하나가 되고자 했다. 오늘날 현대 과학 덕분에 우리가 별들의 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고대인들은 이미 그러한 상상을 음악과 명상 안에서 실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마저도 우주의 질서가 빚어낸 물질적 사건으로 보았다. 사랑, 기쁨, 슬픔, 경외심 같은 감정들도 별과 행성의 배열과 흐름에서 비롯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음악가의 연주는 이 감정의 네트워크를 움직이며, 우주의 질서에 참여하는 특별한 기술이었다. 인도 음악가들이 종교적·사회적 권위를 부여받아온 전통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음악과 우주의 공명은 신화로만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컨대 전설적인 음악가 알라우딘 칸이 연주할 때 주변 숲속에서 코브라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아무런 피리나 유혹도 없이 단지 사로드의 현을 켜며 라가 음악을 연주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소리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우주의 어떤 질서와 진동에 정확히 맞닿아 있었고 그것이 뱀들의 감각기관에 직접 호소했던 것이다. 이처럼 인도 음악은 동물조차 움직이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지녔으며, 그것은 인간의 감정과 자연, 우주 전체가 동일한 진동망 안에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의 실현이기도 했다.


알라우딘 칸의 사로드 연주

음악을 듣고 연주한다는 것은 나 자신과 이 광대한 우주가 하나로 연결된 앙상블을 체험하는 일이다. 나 역시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답답할 때 타블라 앞에 앉아 단 한 소리를 반복해 두드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지고 의식이 한 점으로 모아진다. 어쩌면 그 순간, 내 손끝에서 울린 그 한 소리가 별들의 질서에 살짝 개입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글/정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