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의 의미

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19

by 손안의 우주


둘째가 드디어 단추를 맬 수 있게 되었다. 2년 정도를 고군분투하다가 단 한번의 성공으로 그 방법을 깨우쳤다. 단추하나를 구멍에 집어넣는데 그 조그만 아이가 애를 참 많이 쓴다. 손 모양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본다. 단추의 진입각을 바꿔보기도 하고, 밀어넣는 힘도 조절해 본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단추가 쏙 들어간다. 마치 딸깍이 스위치가 off 에서 on 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그 경험 이후로는 아이가 단추 있는 옷을 입는 건 일도 아니다. 단추 6개를 순식간에 채운다.


악기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이와 같다. 어떤 테크닉을 연습할 때 지난한 시행착오를 겪다가 어느 순간 ‘딸깍’ 하며 넘어가는 순간이 온다. 그 뒤부터는 그것이 안되던 나로 되돌아갈 수 없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배움들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아니다. 0에서 1로 단번에 도약이다.


0.1.. 0.2.. 0.21.. 이 아니다. 끊임없는 0의 상태에서 몇달 몇년을 고통받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1로 넘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이 존재하려면 0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 0은 1을 인식함으로써 0으로 존재하고 1은 0을 인식함으로써 1로 존재한다. ‘안된다는 인식’은 ‘된다는 인식’에 대한 상대항으로 존재하고, ’된다는 인식’은 ’안된다는 인식‘에 대한 상대항으로 존재한다. 각자의 존재 조건에 서로가 필수적이어서 인간의 의식 세계속에서 0과 1은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던 상태에서 몸이 더 이상 0을 선택하지 않게 되는 일이다.그래서 실력이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에 가깝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운이다. 그 운을 사람들은 ’재능‘이라고 부른다.

작가의 이전글우주와 음악과 감정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