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외우는 사람들

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21

by 손안의 우주


타블라를 배우는 과정은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악기로 옮기는 과정이 한 번 더 추가될 뿐 그 본질은 같다. 영어를 배울 때 알파벳을 먼저 익히듯, 타블라의 첫 수업은 ㅡ Na, Ge, Dha, Thin, Dhin, Ti, Te, Ke ― 같은 한 음절의 소리를 익히는 데서 시작된다. 학생들은 그 단어를 입으로 충분히 소리를 내본 뒤에 그에 대응하는 악기의 소리를 배운다. 지금부터 타블라의 단어들을 하나씩 소개하려고 한다. 언어가 악기 소리로 전환되는 그 미묘한 과정을 글로 완전히 옮겨낼 수는 없다. 그러나 불가능에 가깝더라도, 그 순간의 감각과 울림을 최대한 전해보고자 한다. 가능하다면 설명을 따라 입으로 소리를 내보기를 권한다. 악기가 없어도 괜찮다. 여러분이 입으로 내는 소리만으로도 타블라의 울림과 리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타블라의 여덟 단어들

첫 단어는 ‘Na’다. 타블라 리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리이다. 먼저 입으로 소리를 내 본다. “나아―”. 길게 발성한다. 목소리의 발생과 소멸을 관찰한다. 혀와 입천장이 맞닿고 떨어지는 순간의 타격감, 공간감, 비강의 울림을 느낀다. 구루지는 제자가 입으로 내는 소리가 마음에 들기 전까지 악기로의 연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제자가 입으로 그럴싸하게 소리를 내면 그제서야 본격적인 악기 수업에 들어간다.


먼저 오른손의 약지 손가락을 다얀의 눈동자(Syhai)의 5시 방향에 붙인다. 그 상태로 검지와 중지를 들어 올리고 엄지와 새끼는 힘을 빼고 편안히 내려놓는다. 이것이 ‘Na’ 타격의 준비 자세다. 준비가 되면 다얀의 가장자리 7시방향에 껍질(Keenar)을 검지로 타격한다. 이 때, 검지는 타격면에 붙으면 안된다. 농구공처럼 타격 직후 곧바로 튕겨 올라와야 입으로 냈던 소리와 같은 질감, 길고 청명한 소리가 난다. 말과 악기의 소리가 완전히 일치할 때까지 반복한다. 이것이 첫 수업의 과제다.


부위별 명칭 및 자세


다음 단어는 ‘Ge’다. 역시 ‘Na’와 같은 방식으로 연습한다. ‘Ge’는 왼쪽에 있는 큰 북인 바얀(Bayan)의 소리다. 국악의 사물북과 유사한 묵직한 저음을 낸다. 앞선 연습과 마찬가지로 입으로 먼저 소리를 낸다. “게에―”. 비강의 울림을 충분히 느낀다. 목소리로 연습 후, 큰 북에 왼손을 올린다. 왼쪽 손목의 접히는 선을 바얀의 시하이에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뒤로 젖혀준다. 타격의 준비 자세다. 그 상태에서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중지와 약지, 두 손가락의 끝으로 바얀의 ‘메단’(눈동자와 껍질의 사이) 부분을 빠르게 타격한다. 바닥에서부터 묵직한 진동이 손끝을 타고 몸 전체로 퍼져온다면, 제대로 연주한 것이다.


이제 ‘Na’와 ‘Ge’를 동시에 연주해보자. 그 소리를 ‘Dha’라고 한다. “다아―”. 혀끝이 입천장과 떨어지며 생기는 공명과 강한 타격감을 관찰한다. 고음과 저음이 동시에 공존하는 소리라 신비롭다. 이 구음을 생각하며 양손을 동시에 두드려본다. 구음의 물성이 손에서도 최대한 구현되도록 노력한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두 손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데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두 소리가 한 몸처럼 엮이면서 하나의 파동으로 들리는 순간이 온다.


다음 소리는 ‘Thin’이다. 여러분이 타블라의 기초 단어들에 대한 언어적 이해가 있다면 곧 등장할 주문과 그로부터 생성되는 리듬을 훨씬 감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오길 바란다. ‘Thin’은 종소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단어다. 앞선 연습과 마찬가지로 먼저 입으로 소리를 충분히 내본다. “띤―.” 길고 맑게, 종이 울리듯 발성한다. ‘Thin’의 준비 자세는 ‘Na’와 같다. 오른손 약지를 다얀의 눈동자(Syhai)에 붙이고, 검지로 타격하는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Na’가 약지를 눈동자에 ‘붙이고’ 가장자리(껍질, Keenar)를 타격하는 소리였다면, ‘Thin’은 약지를 ‘떼고’ 눈동자(Syhai)를 타격하는 소리다. 이때 검지 손가락은 반드시 농구공을 튕기듯 자연스럽게 튕겨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종소리처럼 맑고 긴 울림이 발생한다. ‘Thin’은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소리이지만 동시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가장 큰 소리이기도 하다. 정확히 울렸을 때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미세한 진동과 명료한 잔향은 마치 사원의 종을 타종하는 듯한 희열을 준다.


자, 이제 ‘Thin’에 ‘Ge’를 같이 타격해보자. 종과 북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다. 그 소리가 바로 ‘Dhin’이다. 타블라의 일곱 단어 중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육체의 깊은 곳까지 공명하는 소리다.


마지막 세 단어가 남았다. ‘Ti, ‘Te, ‘Ke’다. 앞의 다섯 단어들이 울림이 긴 ‘열린’ 소리였다면 이 세 소리는 ‘닫힌’ 소리다. 울림이 짧고 또렷하게 끊어진다. ‘Ti’와 ‘Te’는 입으로 소리를 낼 때 “띳”, “뗏”, 시옷 받침이 있다는 느낌으로 짧고 단단하게 발성한다. 다얀의 눈동자(Syhai) 정중앙을 오른손 검지로 타격하면 ‘Ti’, 중지로 타격하면 ‘Te’다. 이 단어들은 닫힌 소리이기 때문에 앞서 열린 소리들과는 다르게 타격 후 손가락을 들지 않는다. 시하이에 껌이 붙어있다는 느낌으로 손가락을 지긋이 눌러 진동을 멈추어 준다. 이 두 단어는 악기에서 같은 소리를 내지만 어떤 손가락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미세한 질감의 차이가 생긴다. 이 두 단어는 음의 종류라기보다 연주 위치와 손가락 정보를 담은 언어다.


‘Ke’도 “께” 짧게 단단하게 발음한다. 연주의 준비자세는 ‘Ge’와 같지만 타격하는 손의 부위가 다르다. ‘Ge’가 검지와 중지의 손끝으로 메단부분을 타격했다면, ‘Ke’는 손바닥 전체로 바얀의 가죽 전체를 타격한다. 타격과 동시에 손바닥은 타격면에 밀착되게 하여 철퍼덕하는 닫힌 소리가 나게 한다. 타블라에서 가장 연주하기 쉬운 소리다.

지금까지 여덟 개의 구음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신체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구음들을 전문 용어로 “볼(Bol)”이라고 한다. 이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는데 그게 바로 타블라의 리듬이다. 그 안에는 인도 음악 고유의 박자 체계와 감각의 질서가 함께 담긴다.


- 단어에서 주문으로


단어를 모두 익힌 뒤에는 그것들을 조합해 하나의 구절을 만들어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구절이 고대 종교의 ‘주문’(Mantra)처럼 고유한 에너지를 띠도록 짜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타블라 연주자들이 말하는 작곡의 개념이다. 그래서 타블라의 리듬은 기독교 그레고리안 성가의 ‘키리에 엘레이손’, 불교 진언의 ‘옴마니밤메훔’, 혹은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던 '수리수리마수리'와 같은 독특한 주술적 분위기를 품는다. 단순한 두드림이 아닌 것이다.


서양 고전음악에서도 작곡된 곡이 고정된 형태로 전승되듯, 인도의 고전 음악 역시 각 유파마다 세대를 거쳐 동일한 형태로 이어지는 수많은 주문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주문들을 ‘컴포지션’(Composition)이라고 부른다. 아래의 컴포지션은 델리 가라나의 대표적인 컴포지션으로 모든 유파의 연주자들이 타블라를 처음 배울 때 반드시 거쳐가는 레퍼토리다.


Dha Dha Ti Te , Dha Dha Thin Na ,

Ta Ta Ti Te , Dha Dha Dhin Na


(धा धा ति ते , धा धा थिन न , ता ता ति ते , धा धा धिन न)


‘까이다’(Kaida)라고 불리는 형식의 컴포지션이다. 한번 읽어보라. 영어표기 밑에 힌디어 표기도 가볍게 훑어보라. 정말 신비한 주문 같지 않은가? 이 컴포지션에서는 앞서 단어 소개에서 설명하지 않았던 단어인 ‘Ta’가 등장한다. 타블라의 구음은 컴포지션의 형식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앞서 소개한 첫 단어 ‘Na’다. ‘Na’는 문맥에 따라 ‘Ta’로 변한다. 이런 구음의 전환은 단순한 발음의 변화가 아니라, 리듬 언어의 문법적 변용이다. 어떤 컴포지션에서는 ‘Ke’가 ‘Ka’로, ‘Ge’가 ‘Ga’로 바뀌기도 한다. 같은 소리라도 어떤 문맥 속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구음의 모양이 달라진다.


다시 한 번 천천히 반복해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발음을 조금 바꿔보자. 먼저 ‘Ti’는 “띳”과 “뗏”의 중간쯤으로, ‘Te’는 “뗏”과 “떳” 사이의 느낌으로 발음해보자. ‘Thin’은 “띤”과 “뗀”의 중간으로, ‘Dhin’은 “딘”과 “덴”의 중간으로 소리 내보자. 그리고 'h'가 있는 단어들은 'ㅎ'의 발성을 살짝 첨가하여 바람을 내밷어 주면서 발음한다. 이렇게 바꿔 읽어보면 소리의 흐름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지고 주문의 신비한 맛이 더 부각될 것이다.


한글과 힌디어는 발성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말은 음절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각각의 타격점을 갖는다. 문자의 생김새 또한 발성 기관의 정지된 순간을 시각화한 것이다. 반면 힌디어는 호흡의 흐름과 발성의 연속성을 중시한다. 모음은 단모음과 장모음으로 나뉘는데 타블라의 주문은 대부분 장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숨을 길게 내쉬며 여운을 남기는 발성 방식이다. 자음은 우리말보다 훨씬 많은 35개가 존재하는데 공기의 압력을 조절하는 ‘기음(氣音)’ 체계를 갖고 있다. 이 체계는 공기의 세기와 길이에 따라 자음의 질감이 달라지는 원리로 하나의 소리 안에 여러 층의 호흡을 담아낸다. 예를 들면 “따”보다 “타”가 더 많은 공기의 압력이 작용한다. 즉, 같은 자음군이라도 내쉬는 숨의 세기와 길이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와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호흡의 차이는 주문을 단순한 음성의 조합이 아닌 '숨을 조형하는 언어'로 만든다. 주문은 혀끝이 공기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입술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진동한다. 마치 혀가 숨 위에서 춤추는 듯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글자의 윗부분을 가로지르는 머리선이다. 이 머리선은 문자 전체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자음과 모음 기호들이 그 아래에 매달린 형태로 배열된다. 이러한 구조는 발음의 연속성과 호흡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석되기도 하며, 실제로 단어들이 하나의 호흡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발화되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빠른 속도의 주문낭송에서도 발음의 흐름이 비교적 끊김 없이 유지된다.


우리말 화자들은 기본적으로 입의 개폐 폭이 크다. 발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입술이 완전히 닫혔다가 다시 열리는 과정을 거치며 소리마다 분명한 경계와 파열이 생긴다. 이러한 발성 습관은 문장을 또렷하게 전달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주문이나 진언을 낭송할 때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입이 크게 움직이는 만큼 호흡의 연속성이 끊기고 공기의 흐름이 매번 재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어 화자가 힌디어식 주문을 읊을 때는 혀나 입의 움직임보다 숨의 흐름과 입술의 개폐 정도에 집중해야 한다. 숨을 완전히 끊지 않고 이어가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 발음을 통해 입의 개폐 폭을 줄이고, 공기의 통로를 열어두어야만 주문의 파동이 하나의 리듬으로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다.


인도는 다언어 국가다. 방언까지 고려하면 수백 개의 언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주문도 지역 고유의 언어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서 유파별로 주문의 발음과 발성, 목소리의 높낮이가 다르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기, 전라, 제주 민요가 그 뉘앙스와 표현법이 다르듯이. 예를 들면 페르시아 문화권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우르두어 사용 지역, 특히 델리와 라크나우의 유파에서는 주문의 낭송조차 시(詩)처럼 유려하고 감정의 여운이 깊다. 이러한 전통은 우르두어의 시적 리듬과 미세한 억양, 그리고 페르시아 음악의 선율적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반면 힌디어–보즈푸리어권의 바나라스 유파의 주문 발성은 북인도 평원, 특히 비하르와 동부 우타르프라데시 일대의 언어 환경을 반영한다. 이 지역의 언어들은 강한 억양과 풍부한 공명감을 특징으로 한다. 그 결과 바나라스 유파의 구음은 보다 장중하고 성악적으로 들린다. 땅의 울림과 밀착된 원초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처럼 주문은 지역의 억양과 리듬 감각을 고스란히 품은 사투리와 같다. 주문은 단순히 음향적 신호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몸의 기억이 함께 새겨진 언어다. 소리의 물리적 성질뿐 아니라, 곡의 문법적 맥락과 관계, 그리고 지역적 전통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는 문법적 생명체다. 이 생명체를 여러분들의 마음에 한 번 더 불어넣고자 한다. 아래의 주문을 힌디어의 감성과 숨결을 떠올리며 천천히 읽어보기를 바란다.


Dha Dhin Dhin Dha , Dha Dhin Dhin Dha , Dha Thin Thin Ta , Ta Dhin Dhin Dha

(धा धिन धिन धा , धा धिन धिन धा ,

धा थिन थिन ता , ता धिन धिन धा)


이 주문은 ‘떼까(Theka)’라는 형식의 컴포지션이다. 인도음악은 각 장단(Taal)마다 고유한 떼까가 존재하는데 이 주문은 '띤딸(Teen Taal)'이라고 떼까다. 인도음악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16박의 리듬을 따른다. “다딘딘다 다딘딘다 다띤띤따 다딘딘다”라고 읽으면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한글에는 중간발음이 없어서 잘 표기가 안되지만 대략 “다른든다 다른든다 다뜬뜬다 따른든다” 정도로 발음해보면 리듬의 유연한 숨결이 조금은 살아난다. 낙타가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낭송하면 그 리듬감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

두 주문을 낭송해보니 어떤 기분이 드는가? 처음에는 낯선 외국어를 접할 때처럼 어색하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반복을 거듭하며 익숙해질수록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가? 머릿속의 소음이 서서히 가라앉고 의식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가? 바로 그 순간이 타블라가 명상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당신은 이제 타블라의 철학과 정수를 몸으로 이해한 것이다.


평소의 마음은 생각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생각이 일어나면 감정이 따라오고 감정이 요동치면 다시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주문의 리듬 속에서는 그 질서가 바뀐다. 소리와 호흡이 중심이 되고 생각은 그 가장자리를 맴돌 뿐이다. 소리에 집중하는 동안 마음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기보다 내면의 진동을 따라 흐르기 시작한다. 이때 의식은 생각의 주인이 아니라, 흐름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다. 타블라의 주문은 그렇게 마음을 생각의 주체에서 ‘감각의 증인’으로 이동시킨다. 그 전환이야말로 명상의 근원적인 메커니즘이다.


주문이 이끄는 마음의 변화는 단순히 정서적 안정의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다. 주문을 반복하는 행위는 사고의 문법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타블라의 주문이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 소리의 구조 안에 이미 다른 언어의 질서가 들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어의 구조는 명확한 분절과 구분 위에 세워져 있다. 음절마다 경계가 있고 문장은 완결을 향해 달려간다. 이 언어 속에서 사고는 언제나 구분과 판단의 형태로 일어난다. 나와 세계, 주체와 대상, 원인과 결과가 선명히 갈라진다.


그런데 힌디어의 호흡과 발성은 전혀 다른 질서를 따른다. 하나의 숨결 안에서 소리를 내는 경험은 사건보다 흐름을, 형태보다 과정을 보는 사유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마음이 세계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호흡 안에서 이해하도록 인도한다. 그렇게 마음은 조금씩 그 문법을 닮아간다.


언어는 마음의 구조이다. 주문은 그 구조를 흔드는 실험이다. 주문을 읊는 일은 단순한 발성이 아니라 언어가 사고의 경계를 녹여내는 과정이다.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명상과 언어, 소리와 사고는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글/정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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