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나라의 악기를 연주하는가?

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29

by 손안의 우주

다른 나라의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이색적인 소리와 연주기법을 익히는 일이 아니다. 소리를 내는 방식만이 아니라 그 소리가 태어나는 질서와 문법,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세계관 전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셜 맥루언의 말처럼, 악기도 그것이 내는 소리보다 그 소리를 가능하게 하는 형식과 구조 자체가 사고의 방식을 바꾼다.


나는 타블라를 연주하는 한국 사람이다. 내 몸과 감각은 이미 한국어의 구조와 한국적 리듬의 질서 속에서 길러졌고 그 무게는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타블라라는 낯선 언어와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어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모어의 중력과 씨름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것은 제3의 인공언어를 창조하는 언어학자의 작업과도 같다. 악기에 잠재된 리듬과 감각을 전통의 문법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넘어 그 언어 속에 숨어 있던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의미를 끌어내는 일, 낯선 언어와 내 고유한 언어가 만나면서 생겨나는 틈새, 바로 그 틈에서 새로운 예술적 문법과 몸의 감각이 솟아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타블라를 통해 얻은 가장 창조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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