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1, 2』•COSMO(2022)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이번에 『생각 더하기 2』를 제작함으로써 브런치 북 발행은 4번째이다. 아직은 책에서 '저자'라는 단어만 보아도 가슴이 떨린다. 필자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내는 것이 소원인 필자에게 브런치는 4번이나 엄청난 선물을 건네준 셈이다(이 자리를 빌려 브런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물론 실제로 책을 제작하는 과정과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라면을 직접 끓여서 먹진 못했어도 라면 냄새 정도를 맡았다고 생각한다. 냄새를 맡아본 것은 큰 수확이다. 냄새를 상상하는 것과 직접 맡아본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야심한 밤에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또 한 가지, 작가들은 브런치 북 발행을 통해 '책을 발행하는 경험'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브런치 북 발행을 글을 쓰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그동안 쓴 글을 엮어 창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넘어, 보다 가치 있는 역할을 해낸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저술 활동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에도 복기가 필요하다
바둑에서 복기(復碁)를 하는 이유는 결국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둔 수를 돌이켜 보면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음 경기에서 보다 나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이런 맥락에서 브런치 북 발행을 활용한다면, 글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더 좋은 글을 쓰려면 자기가 쓴 글을 보며 복기할 필요가 있다.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려도 할 수 없다. 다시 보지 않으면 더 좋은 글이 될 마지막 기회가 사라진다. 글을 쓰는 단계에 분명 '퇴고'가 있지만 복기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글을 다시 보면, 보이지 않았던 실수와 오류가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퇴고와 복기는 나의 실수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기보다,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브런치 북 발행을 자신의 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읽을 만한 글을 쓰는 작가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정리의 힘
생산성 전문가들은 복잡하고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야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GTD(Getting Things Done) 전문가 데이비드 앨런은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에서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에는 미처 하지 못한 일들 또는 혹시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없는지 등에 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습관은 집중력 저하, 에너지 소모, 시간 낭비를 야기한다."라고 했다. 무엇이든 처음과 끝의 구분 없이 그저 무한히 이어진다면, 그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구분을 통한 정리는 중요하다. 정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무엇보다 새로운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우려를 마음과 머리에서 불식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창작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브런치 북 발행은 지금까지의 저술 활동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아름다운 피드백
좋은 작가로 성장하려면 피드백은 필수다. 그리고 브런치 북의 피드백은 아주 좋은 편이다. 기술을 향상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브런치 북 발행은 이런 피드백을 받기에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 북 메뉴 중에 '인사이트 리포트'로 들어가면, 완독자 수, 독자 연령별 구분, 주요 키워드, 완독률이 가장 높은 글, 누적 조회수 등 일반적으로 발행한 글보다 훨씬 풍부한 분석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글을 많이 읽는 독자들을 파악해서 다음 글 주제는 무엇으로 할지 정할 수 있다. 완독률이 높은 글의 특성은 무엇인지 확인 가능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음 글을 쓸 때 무엇에 중점을 둘 것인지 알 수 있다. 같은 소재로 글을 쓰더라도 무엇이 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지 안다면 다른 차원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풍부한 데이터는 활용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창작자에게 공감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다른 기회
브런치에서 친구들의 라이킷과 구독은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데 큰 원동력이다. 글을 쓸 때 자신의 글에 대한 공감과 응원보다 행복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기회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브런치 북을 발행하면 이런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브런치에서는 브런치 북을 책(종이책, 전자책 등)으로 발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도 '클래스101 X 브런치, 브런치북 AI 클래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필자도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잘 알고 있겠지만 자신의 글로 책을 내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기회조차 못 잡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필자처럼 '저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복기, 정리,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 나가고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 브런치 북을 발행하면 된다. 브런치 북은 자신의 숨어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기회이다.
생각 더하기 소개
이번에 브런치 북을 발행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신의 계시를 받은 극소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읽고 이해하기도 버거운 책을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 하지만 벌써 4번이나 성공했다. 자기의 능력을 잘 모르고 있을 뿐 우리는 모두 능력자 일지 모른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 우리는 모두 각자가 훌륭한 작가이자 창작자이다. 그리고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한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만 한다면 특별한 글은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브런치 북 완성의 꽃은 '소개 글(머리글에 해당)'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문단 정도의 분량인 500자가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글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책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과하지도 지나치지도 않는 절묘한 위치를 찾아주고 싶었다.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소개해본다.
기쁘고 즐거운 글부터 움츠리고 보기 싫은 글까지 세상에는 글이 참 많다. 책은 물론이고 텔레비전과 길거리에도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도 글은 있다. 글은 또 생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기억하고 싶은 글만 내 생각의 범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렇게 기억하고 싶은 글이 생기면 어딘가에 적어두고 싶다. 그 글귀가 내 생각 속에 배어들면 좋아하는 글처럼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글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 글을 되새길 때 떠올랐던 생각을 나란히 적었다. 이 책을 읽고 『생각 더하기』가 '생각 나누기'로 이어지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