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배우의 비애
며칠째 방구석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영혼이 마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커서는 30분째 제자리걸음이고, 머릿속은 답답했습니다. 공간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저는 수면 바지를 벗어던졌습니다. 그나마 무릎이 덜 튀어나온 바지를 입고, 노트북을 쑤셔 넣은 채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동네에 새로 생긴 노출 콘크리트 카페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은 저마다 맥북이나 태블릿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7,500원짜리 아인슈페너를 주문했습니다. 창가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세팅하는 순간, 도파민이 퍼져 나갔습니다.
성공한 디지털 노마드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서 편집기를 여는 순간, 저는 제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집에서 글이 막힐 때 저의 행동 패턴은 원초적입니다. 의자 위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바닥에 대자로 드러눕습니다. 배를 긁으며 혼잣말을 내뱉거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차단된 방구석에서 저는 짐승처럼 뒹굴며 첫 문장을 기다립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