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 책 리뷰
왜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뉴기니 섬에 사는 정치가이자 저자의 친구인 얄리는 매우 궁극적이고 난이도 있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질문의 요지는 아마도 ‘문명 간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입니까?’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대답은 명쾌하고 단호했다. 얄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 문명 간의 발전 속도가 다른 직접적인 원인은 총, 균, 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의 근원적인 요인은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주장한다. 즉, 『총, 균, 쇠』의 결론은 ‘환경결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책의 결론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저자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궁극적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야생 동식물의 대륙 간 차이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 간 차이다. 가축화· 작물화를 위한 야생 후보종의 수는 대륙마다 크게 달랐는데, 그것은 각 대륙의 면적 차이 및 (대형 포유류의 경우) 홍적세 말기에 일어난 멸종의 차이 때문이었다.
유라시아의 주요 축의 방향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고, 이것 역시 대륙마다 크게 달랐다. 확산과 이동의 속도는 유라시아에서 가장 빨랐는데, 그것은 유라시아의 주요 축이 동서 방향이며 생태적 · 지리적 장애물도 비교적 적기 때문이었다.
각 대륙 ‘사이’의 확산
각 대륙 '사이'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인데, 이것들도 가축 작물과 기술을 축적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유라시아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의 확산이 가장 쉬웠다.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이상과 같은 네 가지 요인들은 환경과 관련된 크나큰 차이점들로,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며 여기에는 논쟁의 여지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증거와 자료들이 이 책의 전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책 전체의 논리 전개 방식이 귀납적이기 때문에 단조롭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치열한 학자적 열정이 느껴지는 ‘가치 있는 논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처음에는 책의 제작 목적이 아닌 논문을 작성하다가 그 내용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여 출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면 다이아몬드 교수의 주장(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 중 눈길을 끌었던 내용을 살펴보자.
이상과 같이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생포한 사건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을 식민지로 만들지 못하고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식민지로 만들게 된 직접적 요인들을 보여주고 있다. 피사로가 성공을 거두게 한 직접적 원인에는 총기, 쇠 무기, 말 등을 중심으로 한 군사기술, 유라시아 고유의 전염병, 유럽의 해양 기술, 유럽 국가들의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문장 등이 있다.
페루의 고지대 도시 카하마르카에서 신대륙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신성 로마 제국(스페인)의 피사로의 첫 대면은 ‘포로와 정복자’였다. 조금은 서글프지만,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인류의 대이동과 정착이 있고 난 뒤 약 13000년의 세월은 서로의 역할을 이렇게 변화시켰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원인들. 특히 문자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다시 말해 아타우알파와 피사로의 가장 큰 차이는 ‘정보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 그러나 사실은 후보종 중에서 몇 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의거하여 실격되었던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결혼이 대부분 불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동물의 식성, 성장 속도, 짝짓기 습성, 성격, 겁먹는 버릇 그리고 사회조직의 여러 가지 뚜렷한 특징 등 수만은 이유 중에서 한 가지 이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가축화한 대형 초식 포유류가 14종 밖에 없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다. 또한 그중 13종의 기원이 모두 유라시아라는 사실은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다. 나머지 한종은 남아메리카의 라마와 알파카의 조상뿐이었다.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차이는 홍적세 말기 대형 포유류의 운명과 같이 시작되었다.
흔히 ‘산업혁명’ 이 18세기 영국에서 증기력을 이용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고, 사실 산업혁명은 수력과 풍력을 기반으로 중세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1492년 당시 유라시아에서 동물, 물, 바람의 힘을 이용하던 그 모든 작업들을 남북 아메리카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근력만으로 해내고 있었다.
저자의 주장과 같이 유라시아 대륙의 ‘산업혁명’은 신의 축복같이 갑자기 도래한 마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량 식량 생산과 이로 인한 높은 인구 밀도가 형성되고 복잡한 사회가 구성됨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따라오게 되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18세기 영국의 증기력 개발만을 ‘산업혁명’이라 보는 것은 대영제국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해석하려는 자의적 결론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환경이 문명 발달에 다른 지역(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게 된 요인, 문명의 정복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진 요인,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차이,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차이, 역사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근원적 요인, 발명은 기술의 관계, 수렵 채집보다 식량 생산의 경쟁력이 더 커지게 만든 요인 등 인류의 오래되고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합리적 대답이 있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관점으로 역사적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는 점이다. 문명사의 불평등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누구나 조금씩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호한 불편함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단순하고 명쾌한 언어로 정확히 분석한다. 인류의 역사, 즉 문명사를 바라볼 때 ‘좀 더 긴 호흡’으로 궁극적인 원인을 고민하며 접근해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명저이다.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 문학사상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