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기, 우리의 선조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혹시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 얼굴은 당신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그리고 그 위 수 세기에 걸친 선조의 유구한 흔적이 담겨있는 특별한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35만 년에 걸친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역사가 당신의 얼굴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당신의 눈썹, 눈동자, 코 그리고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입술과 얼굴 형태까지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선조들의 특성이 내 얼굴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 있다.
우리가 선조를 모르는 이유는 생명의 한계와 무한한 시간 때문이다. 그들은 오래전에 죽었다. 이미 우리 조상들은 생물학적 이유로 아니면 외부적인 원인으로 더는 대면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 당신의 얼굴에 흔적은 남겼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선조들과 같이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굴뿐만이 아니다. 목소리, 좋아하는 색깔, 싫어하는 냄새, 걸을 때의 특성, 발가락의 모양 그리고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나의 선조들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우리는 단지 물리적인 것을 넘어 무형의 것들까지 과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무형의 것들이란 관습도 포함하며, 여기엔 우리가 말하는 방식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습관, 취향, 성격, 재능, 사고 등 무의식 속에 우리들의 수만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고고학의 매력은 이처럼 우리의 인식의 영역을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