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공원

믿어보되 실망하지 말고, 실망하되 상처받지는 않기를

by 유과장



베이징에서 어떤 공원을 가볼지 AI에게 물어봐도 딱히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따종디엔핑이라는 어플을 사용해서 미리 찾아봐도 한계가 있다. 보정된 사진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도 않을 중국의 공원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른 정보들을 참고는 하겠지만,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할 시간에 일단 가보는 게 빠르기도 하다. 그렇게 공원을 다니다 보니 당연하게도 별로인 날이 있다.


그날도 그랬다. 날씨도 흐리고 뿌연 날이었던 것 같다. 베이징 하늘이 매일 파랗지는 않다. 지도로 공원을 확인했는데, 꽤나 큰 공원으로 보였다. 집에서 조금 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의 초록 부분이 꽤나 넓어서 한번 가봐야겠다 싶었다. 아마 그래서 좀 더 별로였을지도 모른다. 차로 30분이나 걸리는 곳을 꾸역꾸역 갔는데 주찰할 곳이 없어서 나무 옆에 차를 대다가 차가 좀 긁혔다. 훌훌 털어버리고 온전히 공원을 보고 싶었지만 자꾸 신경이 쓰였다. 공원은 중국의 다른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아주머니들이 모여 광장무를 추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음악소리가 너무 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음악소리에 바로 옆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축제용 스피커 같은 커다란 스피커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져왔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어질어질한 음악소리에 다른 것이 보이지가 않았다. 음악소리로부터 도망치듯 공원의 구석으로 재촉해서 갔더니 막다른 길이 나왔다. 길 건너 초록색의 공원은 계속되었지만 도로 옆의 공원이라 시끄럽고 정신없었다. 택시나 와이마이 아저씨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담배피며 나무를 보고 누워 쉬고 있었다. 담배를 피어야 숨이 쉬어지나 싶지만 이 동네에서는 그게 정상이니 내가 조금 피해야 한다. 광장무 옆에 또 광장무가 있는데, 넓은 자리 다 내버려두고 굳이 왜 두 팀이 서로 붙어서 스피커 소리를 연신 더 올리고 있나 귀를 막으며 도망치듯 공원을 나왔다. 베이징 외곽으로 빠지는 길에 있는 공원이었는데, 별게 아니었는데 참 촌스러웠다. 아마 30분도 머무르지 않고 도망치듯 공원에서 빠져나온 날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공원이 그냥 나에게 좀 별로였다. 그 공원의 나무가 특별히 다른 데에 비해 못생겼다거나 길이 지저분했거나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날씨도 별로고 그날따라 음악소리도 너무 시끄럽고, 그 공원의 사람들도 조금 촌스러워 보이고 좀 그랬다.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이라 기대하고 와서 그런지 조금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베이징의 그 공원에 대해 실망할 권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실망하긴 했다. 에잇 별로네. 정도의 작은 실망이다. 그렇다고 전혀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공원은 별로였지만 다시 왕징으로 돌아와서 밥 잘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엊그제 나는 괜히 실망을 했다. 올 줄 알았는데 안 왔다거나, 난 이게 중요한데 상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거나 뭐 그런 별 것 아닌 일이었다. 실망스러우니 다시는 믿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뒤돌아섰는데 그날의 공원이 떠올랐다. 공원을 다니며 실망스러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주가 되면 또 지도를 펴고 공원을 나섰다. 그리고 좋은 공원을 많이 만났다. 공원과 나의 관계가 참 이상적인 관계이다. 좋은 풍경이 있을 거라 믿어보고 길을 나선다. 별로인 날도 있지만 실망하지 않아보려고 한다. 그래도 실망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별로인 공원이 있다고 해도 딱히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그냥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참 다르네… 하고 뒤돌아 온다.


사람을 만날 때도 공원을 대하듯, 그곳의 좋고 예쁜 나무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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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영 별로인 날은 특별히 더 맛있는 밥을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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