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의사가 대표로 창업한 전도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좋은 조건이 아니었지만 다른 요건을 재지 않고 팀원으로 합류한 이유 중 하나는 신문방송학 및 경제학을 전공한 뼛속부터 문과 베이스의 내가 이공계 사람들과 가까이서 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싶었다. 지금은 매출액도 있고 시리즈 A 이상의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액이 100억 원 정도 규모까지 성장하였지만, 해당 기술 스타트업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약 3억 원 가랑의 엔젤투자만을 받은 작디작은 창업 초기시점이었고, 매출액은 물론 0원이었기 때문에 자생능력 없이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상황이었다.
즉, 초기 스타트업은 떨어지는 로켓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 아이템을 잘 다듬고 수리하여 시장을 잘 개척해 나간다면 엄청난 엔진을 달고 우주로 날아오를 수도 있다. 다들 그렇게 힘든 시절을 견디며, 유니콘을 꿈꾼다.
떨어지는 로켓 안에서의 삶은 치열하고 바빴기에 아플 시간, 쓰러질 시간도 없었다. 아플 시간에 일을 더해야 했달까..
그런 떨어지는 로켓 안은 사내복지도 남달랐다.
첫째는 탕비실이다. 그렇다 할 간식거리는 없었지만 냉장고는 항상 자양강장제? or 에너지 드링크로 가득 차 있었다. 팀원으로 합류한 초기에는 냉장고를 자주 이용하지 않았었는데 9 to 12의 업무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니 사무실 내 책상 위엔 하루에 핫식스가 4캔씩 쌓여갔다. 몸을 방부제로 뒤덮는 느낌이었고, 억지로 생명을 연명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쓰러지지 않으니 그런 생활을 한동안 이어갔던 것 같다.
이후에 사람들이 핫식스를 너무 많이 찾으니 에너지드링크의 종류가 저렴한 녀석으로 바뀌어버렸다.
당시 박스 떼기로 사놓았던 에너지드링크
둘째는 휴게공간이다. 당시 휴게공간엔 옛날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접이식 간이침대인 라꾸라꾸 침대가 놓여있었다. 업무시간이 길다 보니 누워서 쉬는 공간이 필요했던지,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고 1~2시간 눈을 붙이는 용도이던지 이용 목적은 상상하기 나름이다.
사무실 휴게공간 한편에 접혀있던 라꾸라꾸 침대
어쨌든 지금생각해 보면 핫식스와 라꾸라꾸침대의 조합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핫식스는 1차적 안전장치이다. 핫식스를 복용함으로써 아무리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팀원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혹여나 발생하는 문제에 대비해 2차적 안전장치로 라꾸라꾸 침대가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쓰러지든 간에 편히 뉘일 곳이 바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력을 갈아넣기 용이한 환경이 또 어디 있는가.대표의 머리가 비상했던 것 일까. 의사들은 다들 그렇게 일하는 것일까. 아! 생각해보니 대표 본인은 사내복지를 이용 안 하고 팀원들에게 양보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