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8년 가을, 인하우스 마케팅 팀장 겸 영업 팀장 겸 스타트업의 전사적 전략을 기획하는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제품 홍보 영상을 기획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장에 제품이 나오기까지 상당기간 남은 시점이었지만 당시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의 마음은 제품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기능적으로 최종 제품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목업을 넘어 외관상 나름 봐줄만한 사출물은 뽑혀 나와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상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외주를 의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시밭길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영상제작업체에 컨텍한 메일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음)
요구사항이 왜 많아졌겠는가? 다 욕심이다. 한 편의 영상으로 다양한 효과를 보고 싶은 누군가의..
영상을 외주 의뢰할 때 만들려는 영상의 목적과 컨셉을 명확히 해야 외주업체와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컨셉은 외주업체와의 미팅을 통해 잡아나가더라도 최소한 목적은 뚜렷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스타트업의 대표는 마음이 갈대 같았는지 브랜딩 영상이 괜찮다 했다가 데일리 영상이 괜찮다 했다가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이후 데일리 영상으로 노선이 정해지고도 데일리 영상의 컨셉을 진짜 백번 천 번 수정했던 것 같다. 이때 외주업체와의 업무 마찰이 발생하게 되고 외부업체와 컨텍을 담당하는 내부 담당자는 중간에서 참 힘들고 난처한 입장이 된다.
그게 바로 나였다.
지시사항으로 외주 제작업체에 영상 컨셉 전면 수정 요청
찾아보니 당시 전화기록까지 업무보고를 남기고 있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관리자의 마이크로 매니징은 직원들의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이며, 이는 업무 비효율을 초래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이왕 스타트업을 선택했다면 책임감만 안겨주는 곳이 아닌 자율성과 어느정도의 의사결정권을 넘겨주는 곳인지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의사결정권은 주지 않은 채 책임감만을 강요하는 회사가 많다.
당시 전화를 걸었던 기억을 되새기니 다시 아찔함이 느껴진다. 컨셉 기획안이 도출된 상황에서 기획안을 전면수정한다니..
나는 대표의 지시로 갑질을 시전 할 수밖에 없었고, 중간에서 최선의 조율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이 와중에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도 조금 성장했길.. 그래야 덜 억울하니까.
컨셉 기획안이 확정되고, 촬영하는 당일도 12시간 동안 관리자로서 나 혼자 힘들게 촬영장을 지켰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