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별 업무기록 보고?!
내가 들어간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답지 않게? 마이크로매니징이 심한 듯했다.
뭐 사실 스타트업이란 게 대표의 성향 따라 좌지우지되는 조직이다 보니 스타트업은 유연하다는 환상은 안 가지길 바란다. 물론 대표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유연한 조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조그마한 조직일수록 대표(이사장)의 성향을 잘 파악하면 좋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내내 업무일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뺏겼던 것 같다.
해당 스타트업은 일일업무일지와 주간업무일지가 있었다.
우선 일일업무일지부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8시 30분에 정기적인 회의가 있었고, 그 이후 퇴근하는 24시 전까지 1시간 단위로 업무기록을 작성했었다.
처음에는 업무일지 양식이 뭐 한다고 24시까지나 적혀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1년 동안 평균적으로 23시에서 24시 사이에 퇴근했던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다 이유가 있었던 양식이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8시 30분에 있던 정기회의가 22시로 변경되었다.)
각설하고 업무시간이 아니라 업무를 1시간 단위로 기록하는 것이 오늘의 핵심 내용이다.
사실 이러한 스타일의 마이크로매니징한 보고는 엄청난 업무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시간별 업무보고는 대표 또는 관리자가 직원을 믿지 못하기에 도입하는 제도로 보이는데 이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드는 데 있다. 스타트업이라면 그리고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결과물을 가지고 얘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서로 간의 신뢰와 믿음이 이렇게 없어서야 어떻게 떨어지는 로켓에 같이 탑승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팀원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일업무일지도 나에게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비생산적인 활동이었지만 주간업무일지도 코르티솔 호르몬을 생성하는 데 한몫했다. 주간업무일지는 매주 월요일 주간보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지난주에 있었던 업무과정들을 요약하여 보고하고 금주에 진행할 업무내용들을 미리 예상? 해보고 정리하여 보고하는 파일이다.
목적만을 놓고 보면 지난주를 둘러보고 이번주에 진행될 업무를 미리 생각해 봄으로써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고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참 좋아 보인다. 하지만 해당 주간업무일지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일요일 저녁에 노트북 앞에 앉아야 했다. 그리고 주간업무일지를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주말을 오롯이 쉬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물론 익숙해지다 보니 매주 일요일마다 자연스럽게 루틴한 업무인 양 주간업무일지를 붙잡고 있게 되었고 이는 월요병을 없애는 데 도움? 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것이다. 나는 일요일에 일하기 때문에 월요병이 없다며 우스갯소리로 말하고 다녔지만, 쉴 땐 쉬고 할 때 해야 한다.
'젊을 땐 고생도 사서 한다'는 데 이제 그 말은 틀렸다. 살 게 없으면 고생하지 말고 저축하거나 투자나 하자
오늘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일일업무일지, 주간업무일지를 적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해당 제도의 비효율적인 면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이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관리자의 불신에서 비롯된 비효율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 이후엔 업무일지라는 문서화된 보고서에 대해 노이로제가 생겨 그런 제도가 있는 조직에서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