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지들과 노래방 가다

"마! 니 내 만만하나?"

by 이학민

어느덧 2025년 12월.

사무실 책상 위 달력은 막장으로 넘어갔고

더 이상 넘길 종이가 없다.


12월은 한 해의 끝으로 송년회가 많다.

이번에는 올해 함께한 운동모임에서 회식이 있었고

자리는 노래방까지 이어졌다.


멤버구성은 형들도 있었고 동생들도 있었고

내가 중간 허리정도에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보면

내향적인 i도 있고 외향적인 e도 있고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신나는 곡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인 자리. 사회에서는

눈치도 어느 정도 보고 배려란 거를 한다.

잘났건 못났건, 돈이 많건 직장이 좋건 뭐든 간에 말이다.


나는 발라드를 선호하지만

노래방은 즐거운 자리이기 때문에

초반에 발라드 몇 곡을 부르고

후반으로 갈수록 잘 못 부르는 신나는 노래 위주로 분위기를 맞춘다.

이건 내가 보는 눈치다.


그리고 노래방에서도 '국룰'이란 게 있다.

그건 바로 '간주점프', '우선예약' 등이다.


내가 10살 때부터 20여 년간 노래방을 다닌 짬바로

우선예약 키의 기능은 이렇다.


1. 실수로 취소를 눌렀을 때

2. 다 같이 부르기 좋은 노래가 있을 때


두 예시의 공통점은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동의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경험한 '우선예약'은 남달랐다.

그냥 지들이 부르고 싶은 곡이 생각나니까

'우선예약'을 갈겨버리는 것이다.


내가 예약한 첫 곡이 나올 때가 됐는데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어휴.. 후반에 발라드 부르면 텐션 떨어지는데..

빨리 불러야 되는데. 나는 조급해진다.


그렇게 새치기꾼들에게 몇 번 밀리다

내가 예약한 노래가 화면에 나왔다.

스텐딩에그의 '오래된 노래'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의 서정적인 발라드 곡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래된 노래?

그래 ㅅㅂ 예약한 지 ㅈㄴ 오래됐지

이거 진짜 오래된 노래네 ㅡㅡ


미친 엠지새끼들..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눌러놓았던 봉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엠지들의 자유분방함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꼰대인 내가 그 대상이 되면 말이 달라진다.


평소엔 휴화산인 나는

오늘 또다시 활화산이 된다.

빠꾸 없는 들소마냥 들이받는다.


마! 니 내 만만하나?


이렇게 나는

낮져밤이?

요즘말로 낮에밤테? 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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