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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Jul 21. 2024

파리 15가지 사회적 산책

뻥송/뻥송-샤흘로


Paris, quinze promenades sociologiques

Michel Pinçon, Monique Pinçon-charlot

Petite bibliothèque Payot, 2013

파리, 15가지 사회적 산책

미셀 뻥송, 모니끄 뻥송-샤흘로

빠요 출판사, 2013

주관적인 주석)

파리와 프랑스 상류사회를 연구했던 두 사회학자가 2013년도에 출판한 책입니다. 좋아하는 책으로 제 책 <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 역시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한국에선 번역된 적이 없는 텍스트지만, 벌써 나온 지 10년이 돼가는 연구 자료로 이제는 본래 목적이던 사회 연구서로는 쓰이지 못할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사회학 자료라기보다는 역사서에 가까운 연구서지만, 재개발과 도시재생,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미화에 대한 논쟁이 살아있는 우리 사회에도 이런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옮깁니다. 

주관적인 해석이 첨가된 해석본입니다.

매 포스팅 말미에는 제 해석도 달아두겠으니, 포스팅 말미의 글만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자, 그럼 사회학자들과 함께 파리의 식견 있는 사람들이나 할 법한 도시 산책을 떠나 볼까요? : ) 



파리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그중 특별한 것을 고른다면 한 분야의 관점으로 그려진 것일 테다. 이 책의 독창성은 두 사회학자가 고안한 여정을 따라 프랑스 수도 파리를 발견하는 데에 있다. 두 학자는 책을 통해 거리의 다양성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공유하며 도시 파리를 이해하도록 한다. 파리는 이민자의 물결이 쌓여 맺힌 과실과 같으니 말이다. 


구뜨도르 Goutte-d'or 거리는 아프리카 대륙 이주민을 맞이하기 전에는 19세기 프랑스 전역에서 파리로 기회를 찾아온 지방민들의 중간 기점지 (une etape)였다. 1950년에서 1960년 사이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유대인 (les juifs séfarades) 들은 썽띠에 Sentier 거리에 자리 잡았다. 그곳에서 그들 중 다수가 직조업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조금 근래로 오면, 재개발 지역인 13구역은 동남아시아 피난민을 받았다. 예로 든 구뜨도르, 썽티에, 13구역, 이 세 지역의 정체성은 확실하다. (이주민) 공동체를 통해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고, 문화의 다양성이 실생활 속에 녹아있다. 


예로 든 거리는 고립된 이주민 공동체를 뜻하는 게토 ghettos 가 아니다. 이 지역들은 깊이 있고 교차적이며 지속적인 관계를 통한 네트워크를 맺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도시민들이 소통을 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수도 파리는 1921년과 비교하면 백만여 명의 주거민을 잃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지하철을 포함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런 인구감소 현상은 중단되었으며, 근교 도시의 성장과 함께 파리를 생활권으로 이동하는 인구들로 채워졌다. 생라자르 역 Gare saint-lazare 은 주요 교차점 중 하나다. 꾸준하게 오가는 근교 도시 거주민 (Banlieusards) 들은 도시를 구성하고 해체하며 낮과 밤의 두 얼굴을 만든다. 


파리는 부르주아화 되었다.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인 바스티유의 화신이던 포부르 생-앙뚜안느 Faubourg saint-antoine 거리는 더 이상 가구업 종사자들을 품지 못한다. 대신 더 트렌디한 창작자들과 함께한다. 8구역의 황금 삼각지대 Triangle d’or로 말하자면, 럭셔리 산업을 끌어들였다. (산업체는 원거주민이던) 상류층 가족들을 더 서쪽으로 이주시켰다. 럭셔리 산업은 생제르망-데-프레 Saint-germain-des-près의 이미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실존주의는 문화적 돋보임을 입증하는 역할로 치부됐다. 


인적, 건축적 퇴적작용이 섞이고 또 섞였다. 가구 장인들의 작업실은 얼굴마담이 되고, 샹젤리제있던 대저택들은 아침에 물밀듯이 들어와 저녁이 되면 도시를 삭막하게 만드는 회사원들의 사무용 건물에 자리를 내줬다. 20세기 초 분배된 노동자용 소형 주택은 이제는 매력적인 목가적 풍경에 사로잡힌 기자나 대학교수들이 살고 있다. 부르주아화 과정은 점령의 일환이다. 젊고 트랜디한 인구들이 오베르껑프 길 Rue oberkampf에 커피숍, 작은 상점, 작업실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와 모리스 슈발리에 Maurice Chevalier의 전설 속 장소가 유흥거리가 됐다. 또 다른 급격한 변화도 있다. 와인 상인들에게 할당됐던 벡시 Bercy의 물류창고나 세느강변에는 새로운 국립도서관이 들어서 이전 흔적이 아예 사라졌다. 


항만, 철도 수용지가 현대화의 침공으로 새로운 거리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근교에 비해 수도의 특이성은 기다란 외곽 순환도로를 도시 테두리에 두르고 있는 것과 서쪽과 동쪽 주거지역에서 각자 사회주택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없다. 


사회학자의 주석이 달린 산책기는 도시 관경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 과잉 속에 길을 이끌어주는 적절한 안내가 될 것이다. 산책가는 마찬가지로 혼합된 정체성을 가진 파리의 오늘과 내일을 만드는 거리를 발견하면서 군중 속에서 태어난 (도시란) 미로 안에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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