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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Jan 31. 2024

1914년 8월 11일 전장이 일상이 된 어느 날


1914년 8월 11일

  오늘 아침 당신이 전장으로 떠나기 전인 화요일에 쓴 편지를 받았어요. 메로나에 사는 안느라는 이가 첨부해서 보내줬어요. 당신은 매우 다정한 사람이에요. 가여운 소녀를 그렇게까지 배려해 주시다니, 당신의 다정함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사랑하는 자크,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요. 당신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어요. 만일을 대비해서 본대가 있는 사르트르로도 편지를 보냈어요. 그러나 당신에게 제 편지가 무사히 갈지 또 여기로 당신 편지가 잘 도착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걱정이 돼요. 물건도 사람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가는 거대해졌어요.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심하게 짜증을 내요. 제 생각에 그런 성격과 폭력성이 우리가 앞으로 아이를 돌볼 때, 무척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우리 아이는 정말 심각하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녀석의 변덕에 굴복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하녀 클레멍스는 제가 정말 무자비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말이에요.

 어제저녁식사 후에는 승리 기원을 드리러 갔어요. 매일 밤 프랑스를 위해 하는 행사로, 어제가 첫 대행진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어요. 걷는 동안 달이 환하게 떠서 당신과 함께하던 옛 기억이 났어요. 보호즈에서 산책하던 작년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우린 정말 행복했죠.

 사랑하는 내 친구, 다가올 승리에 대한 도취는 당신 아내의 사랑을 약하게 하거나 부끄럽게 하지 않을 거예요. 작년 보호즈의 그 산책 길에서 당신이 제게 주신 답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그때, 제가 “저를 사랑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당신은 키스로 내 입을 막았죠. 이제는 제가 반대로 해드릴게요.

 당신 아내와 딸의 모든 다정함을 보냅니다.


마리-조세프





1914년 8월 15일

사랑하는 어여쁜 마리-조세프, 내 사랑에게,

  우리는 더럽고 좁은 구멍 속에 들어가 있소. 사방이 뚫려있는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구덩이로 어젯밤에는 별빛 아래에서 잠을 잤소. 다행히 날씨는 좋았고, 어느 헛간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평화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소. 지금도 우리는 아무 할 일없이 여전히 대기 중이지만,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야 해서 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지오. 아침에 일어나서는 때로는 하루종일 명령이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소.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며, 지금 이 편지도 봉인하지 않은 상태로 보내야 하오. 누군가 내용을 확인하고 당신에게 다시 보낼 것이오.  

엄청나게 부드러운 수천 번의 키스를 당신에게 보내오.


당신의 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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