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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Feb 02. 2024

1914년 8월 24일 최전선 참호에서

1914년 8월 24일

사랑하는 내 부인에게,

  이번에 우리는 최전선 참호에 배치되었소. 독일놈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도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소. 어제는 대포소리가 계속 울렸고, 프로이센놈들은 우리 군대가 이미 빠진 곳을 하루종일 공격했소. 그들은 괜찮은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지만, 백 여발의 사격에는 성공했소. 아마도 이 공격지점은 비행기 정찰로 파악된 것일 테요.

 연대는 오늘 아침부터 격전을 치렀고, 우리 부대는 손실 없이 전초 기지를 사수하고 있소. 마지막 전투에서는 사망자도 거의 없었으며 독일군의 총알로 인한 상처는, 그들 무기 성능이 나빠서 그런지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것 같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돌격 명령이지만, 기관총병들은 돌격을 명령받지 않소. 보다시피, 나는 여전히 좋은 상태요.

 곧 다시 만나오, 내 사랑. 당신에게 열정적인 수천번의 키스를 보내오.

당신의 자크





1914년 8월 24일

내 사랑 자크에게,

  전해드릴 새 소식은 없어요. 우리는 이 환경에 점점 더 적응해서, 이제는 대단히 잘 지내고 있어요. 굉장히 단조로운 일상이 흘러가지만,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어요.

 막내 젠비에브는 농장의 거의 모든 지시를 맡고 있어요. 둘째 마들렌은 매제가 부대로 복귀한 뒤로 의기소침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리 자매의 세 아이 모두를 돌보고 있어요. 그 셋은 15분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아이들이지만, 나쁜 생각에 잠겨드는 걸 막기에는 나쁘지 않아요. 우리 아가는 엄청나게 사랑스럽지만, 그다지 실속은 없어요. 그 예쁘고 작은 얼굴을 웃긴 표정을 짓는데 써요. 어서 돌아오셔서 우리 아가에게 아빠를 부르는 법을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당신 편지를 받지 못했어요. 들리기로는 큰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그 소식에 엄청 고통스러웠어요. 선한 신과 복되신 성모 마리아께 부디 당신을 지켜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날마다 깊어지며 커지는 당신을 향한 애정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리-조세프


 추신: 젠비에브의 남편, 피에르 매제는 아직 루앙에 있으며, 마들렌의 남편, 펠릭스는 영국 드래곤 연대와 함께 있어요.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막내 도련님인 앙드레 시숙은 베르됭으로 갔는데, 벌써 15일이 됐어요. 시어머니께서 19일에 보낸 편지에는 막내 시숙 소식이 없었어요. 쟝 시숙은 후방인 몽따흐지에 있어요. 쟌느 형님에게는 좋은 소식이죠. 제 사랑 당신에게는 아무 소식이 없네요. 언제나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모든 게 당신의 것인, 마리-조세프



Soldats français derrière un mur de terre, 1914 @b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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