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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Feb 05. 2024

1914년 8월 27일

막냇동생, 앙드레의 부상소식



1914년 8월

사랑하는 내 부인 

  오늘 당신이 보낸 엽서를 받았소. 마찬가지로 편지 두 통도 받았소. 나도 답장을 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부칠 건데 언제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소. 그저께 우리는 독일군과 여러 차례 충돌 했고 하루종일 걸었소. 그제부터 저녁 5시까지 말이오. 나는 거의 44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했소. 이 모든 상황에도 나는 무척 건강하고 오늘은 약간 휴식도 취했소. 

 전우 몇은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지만 우리 기관총부대의 병사들은 모두 생존했소. 

 내가 유일하게 당신에게 소식을 전달할 방법이 편지이기에, 편지가 잘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나오. 그렇다 해도 불안해하거나 속상해하지 마시오. 신의 도움으로 내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오. 피에르 동서와 펠릭스 동서가 아직 후방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 기쁘오. 나를 위해 모두에게 사랑을 보내주오. 

 당신의 자크의 깊은 사랑을 믿어주오. 



1914년 8월 27일

사랑하는 내 자크, 

  오늘 아침 당신에게 엽서도 보냈어요. 어느 쪽이든 당신이 빨리 받아보시길 바라요. 앙드레 막내 시숙이 대퇴골에 총상을 입었어요. 그렇지만 심각하지 않아요. 피에르 포르조라는 사람이 모 지역 기차역에서 부서진 열차를 발견했고, 그 속에 있던 막내 시숙을 발견했어요. 즉시, 르네 마르티나에게 전보를 쳤고, 어머니에게도 소식이 전해 졌어요. 막내 시숙은 어머니를 보러 망트농에 가던 중이었어요. 비록 부상을 당했지만, 시숙의 운명이 아주 잠깐 부러웠어요. 이제 대피소로 왔으니 우리 모두 시숙을 보러 갈 수 있어요. 

  사랑하는 내 사랑, 당신이 멈추지 않는 위험 속에 있다는 것을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제 가슴은 벌써 오래전에 산산이 부서졌으니 느껴지지도 않아요. 제 유일하고 귀중한 보물인 당신, 선한 주님이 부디 이 모든 애정을 가늠하셔서 당신을 보살펴주시기를, 신께 필사적으로 기도합니다. 


 당신과 함께라서 당신이라서 제 삶은 행복했고, 행복할 거예요. 긴밀하게 엮인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더 말할 필요 없이 당신을 생각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특히 우리 행복이 시작한 이곳에서는요. 여기는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이잖아요. 아침 미사를 드리러 갈 때, 우리가 산책하던 그 길을 따라 걸어가요. 당신과 한 번은 쭉 이어진 그 길을 따라 더 멀리까지 갔던 적도 있었죠. 제가 당신에게 계속 가보자 했을 때, 흔쾌히 함께 내딛던 걸음이 어찌나 감미로웠던지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때 저는 당신 팔에 기대 걷는다면, 세상 끝까지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다시 사랑스러운 당신 어깨에 기대어 여남은 제 삶을 보낼 수 있길, 신도 그걸 원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저는 도무지 이토록 완벽하고 감미로운 행복을 포기할 수 없어요. 


 내 사랑하고 친애하는 자기,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가 잘 도착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니, 사랑을 표현하는 것조차 망설여지고 괴로워요. 당신께 적어 보낸 그 모든 애정이 당신에게 닿지 않다니… … 그래서 엽서도 보내고 있어요. 누군가 말해주길 엽서가 더 빠르고 확실하다더군요. 

 내 냥냥씨 당신을 사랑하고 또 친애해요. 당신을 뽀뽀로 뒤덮어 드리고 싶어요. 당신 뺨의 가련한 푸른 실핏줄은 더 이상 제 뽀뽀에 익숙하지 않을 거예요! 다시 익숙해지도록 자주 뽀뽀해 드릴게요. 어서 돌아오세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닥쳐올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겪고 나니, 저는 이제 제가 마치 순교자가 된 기분이 들어요. 선하신 주님께 프랑스와 당신을 위해 기꺼이 이 모든 고통을 바치지만 여전히 절망만 떠오르네요… 

 우편배달부가 도착했어요. 펠릭스 매제는 레옹 사돈을 보러 뷔시니에에 들렀어요. 쟝 숙부가 사르트르에 계셔서 부상당한 앙드레 막내 시숙을 보러 가시라고 부탁했어요. 

 내 남편, 곧 다시 만나요. 막연한 기다림에 괴로워하면서도, 당신이 돌아올 거라 바라고 믿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당신 아내는 죽어가는 심장으로 다시 사랑을 담아 보내요. 우리 아가가 아빠를 애정 어리게 안아줄 테니 저도 이제 그만 징징대고 멋지게 사라질게요. 

 우리 모두 잘 지내고 있어요. 

마리-조세프


후방으로 이송되는 프랑스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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