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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Feb 09. 2024

1914년 9월 25일 참호속에서

다시 안정적인 전선을 구축하는 프랑스군


1914년 9월 25일

사랑하는 내 아내,

  당신이 14일 전에 보낸 편지를 오늘에야 받았소.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우리는 14일 거리에 떨어져 있소. 루이즈의 편지로 쟝 형님이 다쳤으며, 상처가 크지 않고 가볍다는 것도 알게 됐소. 그게 나를 진정시켰소. 형님 연대가 심각하게 공격을 당해 불행에 처했다는 걸 들었기 때문이오. 우리는 21일 이후로 내부와도 소통이 없소. 오늘 보내는 이 편지조차 발송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소. 우리는 쥐구멍 속에 들어간 쥐처럼 그저 참호 속에 숨어만 있소.

  용감한 펠릭스 동서의 소식에 대해서 들은 게 있소? 당신이 뭔가를 알게 되는대로 바로 내게도 전해주오. 피에르 동서는 여전히 루앙에 있소?

 나는 여전히 매우 건강하오. 우리 부대는 마침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소. 아직 살아서 아름다운 별 아래 누울 수 있음에 감사하오. 이토록 슬픈 9월 23일 약혼 기념일이라니. 내가 이곳에 더 오래 머물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내 두 팔에 온 힘을 다해 당신을 껴안고 싶소. 사랑하는 내 아내, 내 심장과 내 사랑을 담아 당신에게 키스를 보내오.

자크


1914년 9월 26일

사랑하는 내 아내,

  우리는 아직도 참호에 있소. 참호 속이라 좋은 점은 딱히 없지만,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밤에는 조금 덜 덥소. 건강 상태는 매우 좋으나 시간이 참 더디게 흐르오. 이제 우리는 어떤 것도 모르겠소. 마찬가지로 이 전쟁에 시작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소. 내 생각에 당신은 지금 농장으로 다시 돌아갔을 거요.

 우리 가족이 다시 모일 행운을 기다리며, 모든 조카들을 안아주오. 모두 많이 자랐겠지. 우리 딸도 많이 자랐을 거요. 장모님이 모든 불안한 삶에도 지나치게 지치시지 않길 바라며, 나를 대신해 처제들과 모두를 꼭 껴안아주시오. 우리 아기도 꼭 껴안아 주오. 내 모든 사랑으로 당신을 껴안아주며,

자크


1914년 9월 27일

사랑하는 내 아내

  당신이 보낸 마지막 엽서로 추정하자면, 당신은 농장으로 돌아갔겠구려. 지금 거기로 편지를 쓰고 있소. 처가 식구들이 더 이상 농장을 떠날 일이 없기를 바라겠소.

 벌써 8일째 우리는 같은 참호 속에 있소. 당신에게는 솔직히 말하겠소. 얼마나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지, 우리가 다시 만날 기쁜 순간까지 시간이 가길 기다리는 게 얼마나 참기 어려운지 말이오.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르오.

 나는 매우 잘 지내오. 밤이 시작되고 아름다운 별 아래 누워있는 게 얼마나 서늘하던지 상관없이 말이오.    

 처가 식구들과 마들렌 처제와 젠비에브 처제에게 애정 어린 천 마디를 전해주시오. 당신을 매우 강하게 또 부드럽게 안아주겠소.

당신의 자크.

추신: 나에게 펠릭스와 피에르의 주소를 보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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