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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Feb 20. 2024

1914년 10월 10일 주변인의 소식을 전하는 MJ

1914년 10월 10일

사랑하는 내 사랑

  이제 겨우 우리 딸이 잠자리에 누웠어요. 방금 물을 먹였으니, 이제 잠이 들기만 하면 됩니다. 마침내 당신과 나의 시간이에요. 어제는 편지가 좀 엉망이었는데 우체부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랬어요. 여기, 농장에는 아이들과 해야 되는 일이 너무 많아 제 자신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새 소식을 전할게요. 피에르 막내 매부는 루앙에 있는데 아직 징집연기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어요. 루이즈 시누이가 조르주씨에게 10월 3일에 전보로 매부의 징집연기에 대해 요청을 했는데, 8일에도 답을 듣지 못했어요. 막내 젠비에브는 내일 루앙으로 가요. 남편을 만나러 가는 행운이라니! 젠비에브가 다녀오면 우리는 막내 매부의 최신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둘째 마들렌은 어제 펠릭스 매부에게 엄청 긴 편지를 받았어요. 둘째 매부는 여전히 영국군들과 함께 있는데,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으며 매력적인 프랑스 장교 넷의 친구가 됐어요. 박지역에 있는 베리지역 근처의 보세레라는 곳에 있다고 해요.

 제라르 노엘은 부상을 당해 니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조세프 시숙님의 조카 사촌인 토팽씨는 사망했고, 그 형제인 대령도 전날 사망했어요. 쟌느 드 부아모렐의 남편은 부상을 입고 독일에 포로로 잡혔어요. 앙드레 막내 시숙은 아직 드뢰에 있고 몽펠리에에 있는 쟝 시숙은 회복길에 들어섰어요.

 여기는 모든 게 순조로워요.  아이들은 훌륭하게 자라고 있으며, 조카 미미는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이빨 네 개가 생겼어요. 아빠랑 바바를 말할 수 있고, 방금 전에 들판으로 산책 갔는데 항상 행복하게 웃고 있어요. 작은 꽃처럼 말이에요. 우리 딸도 미미만큼 잘 자라고 있어요. 이제 거의 무게도 비슷해졌어요. 우리 딸은 정말 엄청나고 유쾌해요.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혼잣말을 하며 웃고 있어요. 방금 모자를 기울이며 승리의 울음소리와 두려움의 소리를 동시에 내는 놀이를 발명했어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오, 내 사랑, 당신이 우리 딸을 다시 만나면 열광할 거예요. 당신이 행복하고 싶은 만큼 애정을 표현하도록 허락해 드릴게요. 우리 딸은 바로 당신 딸이기에 풍부한 감정과 좋은 기질을 가졌어요. 당신은 이토록 예쁜 아이의 아빠라는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어요.

 엄마가 며칠 동안 파리에 가요. 시어머니와 우리 제분 공장에 관한 소식을 가져올 거고 알게 되는대로 당신에게 편지를 쓸게요.

 이제 저와 당신, 우리 이야기를 해요. 사랑해요. 내 사랑, 당신이 너무 그리워요. 당신과 함께 살 수 있어 좋았어요. 당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행복, 당신을 만나 키스하는 행복, 당신 가슴에 꼭 안겨있는 행복을 빼앗긴 두 달 동안 저도 엄청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오, 사랑하는 남편, 제가 현재 겪고 있는 모든 일을 위로하려면 당신 사랑이 필요해요. 안쓰러운 내 냥냥씨, 당신 손길로 이 모든 괴로움을 잊고 싶어요. 그처럼 당신에게도 모든 피로와 잔인한 기억을 잊도록 사랑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이 전쟁이 빨리 승리로 끝나서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제게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사랑해요. 용기를 가지세요.

마리-조세프

우리 딸, 안쓰러운 바베트는 아빠의 사랑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해요. 아빠에게 뽀뽀하고 싶은 작은 마음을 보내드려요.



1914년 10월 12일

  피난지였던 생오뱅에 도착한 당신 엽서를 한통 더 받았어요. 제르멘이 보내줬어요. 당신이 옳아요. 우리의 첫 결혼기념일은 슬프게 지나갔어요. 당신이 돌아오면 더 기쁘게 축하할 테니, 매일이 축하하는 날이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전해드릴 새 소식은 없어요. 제 편지가 정부 자료보다 자세하지 않다는 걸 아셔야 해요. 전쟁이 끝나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역사가 부디 잘 정리되기를 바라요. 우리 딸은 여전히 건강하고 쾌활함의 본보기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으며, 항상 무척 우스꽝스러운 일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 딸 머릿속에는 태어나기 전 뱃속에서 들었던 우리가 나눈 우스꽝스러운 대화들이 메아리를 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막내 매부, 피에르의 징집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에요. 루이즈 시누이의 조언에 따라서 작성한 요청서를 조르주씨에게 보냈어요. 서류 작성에 엄청 시간을 들였는데 그 서류가 통할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깔리에 부인을 기억하세요? 제르멘의 친구이며 우리랑 같이 프루니에가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요. 어쨌든 그 부인 집이 꽁브레의 집이 있었는데 프러시안놈들이 불태워 버렸다고 해요. 위에서 아래까지 전소되어 남은 게 벽돌 한 장 높이로 흔적만 남았데요. 안쓰러운 부인은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늦은 밤에 통풍구를 통해 탈출했는데, 그 남편은 포로로 잡혀간 것 같아요. 가여운 사람들이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알만하네요.

 내 사랑, 당신 없이 이토록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리 서운함을 표현했을 거예요. 당신 어깨에 기대어 우는 것은 기쁨이고 당신의 위로는 아름답고 달콤했을 텐데요. 제가 그걸 놓쳤어요. 당신은 상냥하게 제게 키스하며 껴안아주고 팔에 안고 흔들어 주었을 거예요. 내 사랑, 약혼기간을 떠올려보면, 그때 저는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지금은 그때보다 당신을 천 배는 더 사랑해요. 왜냐면 당신을 사랑하며 얻는 기쁨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에요. 더 깊게 더 완전히 완벽하게 어쩌면 조금 미친것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내 사랑하는 영혼의 친구, 당신을 꼭 껴안아 줄게요. 당신에게 내 심장 전부를 보내요. 내 사랑, 제 모든 게 당신 것이에요.  

마리-조세프

 우리 딸, 바베트는 5.240킬로그램이에요. 당신 대녀보다 300그램 덜 나가요. 우리 딸을 대신해 당신을 꼭 껴안줄게요. 우리 딸이 당신 팔에 안기는 풍경은  엄청나게 멋진 광경일 거예요. 잊지 않고 당신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있어요. 제 편지를 모두 받고 있나요? 선한 주님이 당신을 축복하시고, 수호성인이 당신을 보호하시길.



1914년 10월 13일

사랑하는 내 사랑

  엄마가 파리에서 돌아오셨어요. 제분소를 포함한 시댁 식구들 소식과 함께 말이에요. 팔레소에 주둔해 있던 장교들은 떠났어요. 시어머니가 말하길 그건 좋은 징조라고 해요. 그게 모두를 기쁘게 했어요. 사돈인 레옹 코르도니에는 빌뇌브-생-조르주에 있었고, 이제 파리 근교인 크레이로 다시 돌아왔어요. 역시 좋은 징조예요. 저는 희망의 기회를 어디서든 찾고 있어요. 제가 파리로 돌아가면, 시어머니 댁으로 가려고요. 조금 속상하지만 당장은 우리 신혼집으로 돌아가는 건 힘들 것 같아 보여요. 내 사랑, 내 반쪽,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에는 딸과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어요. 지금은 우리 둘 다 아픔이 가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 딸은 정말 귀여워요. 주사 바늘이 6번이나 찔러댔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했어요. 앙드레 막내 시숙은 요양을 위해 샤또-루로 갔고, 푸사르양을 다시 만났어요. 시숙은 그녀가 더 좋아졌는지 어떤지는 말하지 않아요.

 엄마는 피에르 매부의 징집연기를 위해서 상업을 하는 사촌인 바정댁에도 들렀어요. 우리 사촌이 매부를 도와줄 거예요. 사촌은 우리 가족을 좋아하며 호기로운 사람으로 발이 넓어요. 이제 우리는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을 동원했어요.

 시어머니는 엄마에게 펠릭스 둘째 매부가 주어진 운명에 기뻐한 다했어요. 덩치가 커다래지고 살이 쪄서, 군 생활을 버티는 게 당신보다 덜 힘들 거라도 했어요. 안쓰러운 짝꿍, 돌아오면 제가 잔뜩 살 찌워 줄게요.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거예요. 감히 눈부신 앞날만 생각하고 있어요.

 내 사랑, 세상 모든 것보다 당신을 사랑해요. 지금은 불행히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당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괴로움에 짓눌려 우울한 날도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용기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전쟁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당신과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우리 둥지에서 둘이 함께 있던 그때는 얼마나 행복했던가요. 말제르브 대로에 있는 옛 둥지에서도 참 좋았었죠. 어쩌면 그게 단지 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자면, 우리 딸이 있어요. 우리 딸이 행복한 현실을 일깨워줘요. 이제 저는 미래의 행복을 그려요. 내 냐옹씨, 미래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 이 끔찍한 삶과 피로에서 당신을 지켜 줄 거예요. 우리 조국 프랑스를 떠올려보세요. 선한 신을 생각하세요. 그는 우리의 주인이자 아버지이며, 우리 둘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더 큰 행복을 이 땅에서 누리길 기꺼이 허락하실 거예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듯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내 사랑, 내 소중한 보물인 당신의 심장을 꼭 안아주며 당신 품에 안겨 편지를 마무리할게요. 제 모든 게 당신 것이에요. 제가 당신의 것이라 행복해요.

마리-조세프

언제쯤이면 우리 딸, 바베트가 아빠 팔에 안길 수 있을까요?




1914년 10월 14일

사랑하는 내 아내,

  행복한 순간이오. 당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으니까 말이오.

 나는 잘 지내오. 우리는 마침내 위치 이동을 할 것 같소.

 온 힘을 다해 당신을 감싸 안으며,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의 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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