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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Apr 10. 2024

1915년 1월 14일 오랜만에 씻을 수 있던 자크

전방의 열악한 위생시설

1915년 1월 14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참호로 돌아가기 전에 짧게 적소.

 오늘 아침에는 꽤 좋은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한번 상상해 보시오. 이건 정말 사건이었소. 출발하고 나서 한 번도 이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오. 청결해짐을 느끼는 것은 무척 감미로운 느낌이었소.

 내 크로키 그림이 있는 편지를 받았소? 오브리가 며칠 만에 또 다른 걸 그려줄 것 같소. 완성되는 데로 보내겠소.

 어머니와 마들렌, 젠비에브를 꼭 껴안아주오.

 전력 전심을 다해 당신을 감싸 안으며,

당신의 자크



1915년 1월 15일

사랑하고 사랑하는 내 가장 커다란 사랑에게,

  베진 사돈부인의 상태가 호전되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태이기에 걱정이 돼요. 제르멘 사돈이 어떻게 해야 될지도 알겠어요. 여기 시골은 의사를 보기 어렵기에 심각한 울혈 환자를 두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파리에 환자 혼자 둘 수도 없지만, 어린아이 두 명을 데리고 환자 옆에 있을 수도 없잖아요. 아이들을 여기에 이렇게 오래 맡길 수도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사돈 부인을 수도원으로 모시고 가서 아이들과 함께 정착하는 거예요. 어떨까요.

 오늘은 당신에게 어떤 소식도 받지 못했어요. 내일도 그럴 거예요. 둘째 마들렌은 안쓰러운 피에르 막내매부를 마중하러 루앙으로 갔어요. 피에르 매부와 다른 부사관들은 급하게 떠나야 해요. 그래야 했어요. 최전방에 있던 16 전선이 깨졌거든요.

 크리스마스날, 우리는 군인들이 독일 바이에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도록 두었어요. 심지어 같이 게임도 했어요. 그 결과죠. 적과 친목은 완전히 금지되었어요. 불쌍한 막내 젠비에브에게 남편의 파병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막내는 월요일까지 파리에 있을 거거든요. 둘째 마들렌은 앙드레 시숙이 주류 판매업자인 호방씨를 보러 가는 날 파리로 갈 거예요. 앙드레 시숙에게 증류수 판매 대금을 받으러 같이 가달라고 해야 했어요. 성인 남성과 함께하는 편이 확실하게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여기 농장생활은 항상 같아요. 아이들은 착하고 건강해요. 우리 딸 바베트는 사랑이에요. 아빠처럼요. 우리 딸 눈이 점점 더 파래져요. 엄청나게 밝고 잘 웃는 작은 얼굴을 가졌어요. 내 사랑, 우리 딸을 보면 당신은 미쳐버릴 거예요. 그 아이가 첫 시도였지만, 우리는 꽤 괜찮은 성공을 했어요.

 새해에 누구에게 또 누구로부터 편지를 주고받았나요? 새로운 펜을 받으면, 나에게 말해줘야 돼요. 내 사랑. 당신이 조금 보고 싶어요. 우리가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됐어요. 오늘은 용기도 없어져서, 무의식적으로 저처럼 남편을 떠나보내고 아파하는 둘째 마들렌과 제 처지를 비교하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부끄러워요. 마들렌은 농장을 경영하는 무게도 짊어지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절대 불평하지 않고, 친절하고 헌신적인 분위기를 잘 유지하고 있어요. 어떤 일도 당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도 못하게 일을 해내요. 마치 숨겨진 진주 같아요. 당신이 그녀와 약혼하지 못 한건 참 아쉬운 일이에요. 화내는 건 아니죠? 제가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내 사랑, 저는 당신에게 너무 부족해요. 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을 향한 상냥한 팬심으로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제 겸손한 애정이 당신을 완벽히 보필해 행복을줄 수 있는 다른 무수한 장점을 대체할 수 없겠죠. 저는 당신에게 너무 부족해요. 당신은 이처럼 훌륭하게 좋고, 저를 조금도 비난하지 않았지만 저 혼자 그렇게 느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돌아오면, 사랑과 사려 깊음으로 당신을 완전히 둘러싸서, 정서적으로 완전한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해 주길 바란다는 그런 소리였어요.

 모든 걸 다해 당신을 꼭 감싸 안아 줄게요. 내 사랑, 이건 절대 잊지 말아요. 이 사랑에는 어떤 시기도 질투도 없어요.

모든 게 당신 것인,

마리-조세프




@le 4 janvier 1917 à Lamotte- en-Sa



편지에 따르면, 자크는 1914년 8월에 징집된 이후, 1915년 1월이 될 때까지 샤워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자크가 전방에 배치받았기 때문입니다.

1차 세계대전 프랑스 병사들을 일컫는 단어 중에 털북숭이라는 뜻의 포알뤼(poilu)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런 배경을 두고 있습니다. 간단한 위생조차 챙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면도와 같은 행위는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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