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콜롬보-시기리야
2026 Feb 16
큰 배낭과 작은 배낭 총 10킬로 정도의 짐으로 출발했다. 체크인 줄이 너무 길어 짐을 부치지 않았다가 연락을 받고 탑승구 앞으로 가니 7킬로 제한에 걸려 큰 가방을 들고 탈 수 없었다. 다행히 스리랑카 항공은 친절하게 부치는 걸 도와주었다. 탑승구 앞에서도 짐을 부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리랑카 항공권 직항 약 90만 원, 몇 달 전 구매.
탑승객의 90%는 스리랑카 남자인 것 같았다. 서울에선 잘 보이지 않는 그들이 이렇게나 많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었던가. 비행기부터 코로 스쳐오는 이국의 체취…에 예민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인천에서 약간의 지연과 약 9시간의 비행 끝에 콜롬보 공항에 도착. 낮시간 비행은 크게 힘들진 않다. 야릇한 따뜻한 나라의 냄새가 마스크를 거쳐 들어온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멀쩡한 공항이네. 층고가 낮고 복잡한 배기지 클레임을 기다리다 보니 아 작긴 작군. 세관을 거쳐 나와 푸드코트라고 쓰여있는 곳을 가보니 동네빵집만도 못한 수준에 역시가 역시…
스리랑카 단톡방에서 어쩌다 시간이 얼추 맞는 사람과 시기리야 까지 택시 동행을 하기로 했다. 그땐 신났지만 막상 도착해 후진 공항에서 거의 두 시간을 더 기다리고 있어야하는 사실을 마주하니 후회가 몰려왔다. 한 3만 원돈 아끼겠다고 두 시간을 버리(라고 쓰려니 더욱 후회스럽지만)려니 어차피 밤시간 숙소에 도착해서 할 것도 없을 텐데 안전과 절약 두 가지를 택한 건 괜찮은 선택이라고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드릅게 할 것 없는 콜롬보입국장은 그나마 사방이 통유리창으로 나무가 우거져있고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잠시 서쪽 하늘로 핑크 노을이 보여 기분이 좋았는데, 이 정 붙일 곳 없는 타지 공간에 앉아있으려니 심기가 편하지가 않다. 원래 어딜 가나 잘 먹고 잘 자고 편안하게 돌아다니는 나인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4개월의 세계여행을 선진국 위주로 했던 것이 그런 나의 마인드 컨트롤에 큰 도움이 되었겠구나 이제야 깨달아진다.
그 허접한 푸드코트에서 삼천 원이 넘는 자스민맛 아이스티를 마시며 동행예정자를 기다린다. 달달하고 탄산이 있다. 세 시간은 택시를 또 타야 하는데 가다가 오줌보 터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거의 다 마시고서야 든다. 출발 전에 한번 더 비우고 오지 뭐.
정글 공원 뷰 같았던 유리창 너머가 이제 완전히 깜깜해졌다. 이러고 내일 새벽같이 일출을 보러 나갈 수 있을까? 에휴. 처음 결심처럼 시기리야니 유적이니 뭐니 가지 말고 편한 도시나 갈걸 그랬나 보다 싶기도 하고. 그래도 막상 가보면 다 좋겠지? 나는 나의 경험을 모두 좋아하게 되니까.
이렇게 폰으로 글을 쓰고 있노라니 2년 전 여행자 시절이 생각난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아니 아무 생각이 없긴 했지만 일기 하나 제대로 안 썼나. 그 빛나는 여행자 생활의 순간들을 모두 흘려보내버렸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어떤 사건이나 순간들은 모두 기억하긴 하지만 지금 내가 적는 것처럼 생생정보통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 아쉬움은 평생을 가져갈 내 게으름의 업보이다.
공항에서 시기리야 숙소까지는 픽미를 통해 택시를 바로 잡을 수 있었고, 한국에서 일해서 한국말 잘하는 아저씨가 친절하게 데려다주었다. 픽미를 타는 곳은 입국장에서 나선 후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픽미 간판과 주차장 같은 곳을 찾을 수 있다. 금액은 톨비 합쳐 14000루피를(약 7만원) 냈다.
픽미는 한국에서 한국번호로도 미리 가입할 수 있었고, 카드 등록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