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사자 바위와 비 오는 시기리야

시기리야

by 면자

2026 Feb 17


전례 없는 여행 기록이다. 하루 종일 이동으로 11시가 다 돼서야 숙소에 도착한 첫날밤 후 5시간만 자고 일어나 어둠 속에서 툭툭을 타고 시기리야 라이온락으로 향했다. 처음 여행계획할 땐 멀기도 하고 그냥 흔한 관광지 같아서 패스하려 했는데, 일정이 여유 있기도 하고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곳인 것 같아서 가야 할 것만 같았다. 공항에서부터 가는 루트를 몇 번이나 검색해 봤던 곳. 내가 드디어 거길 가다니.


바가지 쓴 것 같은 숙소에서 불러준 툭툭을 타고…(첫 툭툭!)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깜깜한 새벽에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출발하고 있다.

입장료는 35달러. 카드로 하니 달러로 결제된다.

새벽 다섯시 반 사자바위로 향한다. 5세기에 건설된 요새.
30여분 올라 도착한 고대의 도시. 집에서 가져간 연양갱이 꿀맛이었다.




저녁


해 질 녘에는 피두랑갈라 바위에서 노을을 보려고 했는데, 출발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지니 비가 시원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비 와도 수영은 할 수 있고 평지 트래킹도 할 수 있겠지만, 하필 바위산을 올라야하는 곳은 절대 못 갈 곳인 것이다. 촉촉한 공기가 더 축축해지게 비가 그칠 생각을 않았고 아무래도 지금은 안 되겠지? 숙소에서 이런저런 일을 돕는 것 같은 툭툭 드라이버와 일정 취소에 합의를 보았다.


샤워하고 한 숨 자고 가까운 동네나마 나갔다 온 참에 그곳에 가지 못하게 된 게 무척 실망스럽지는 않았으나, 시기리야 락이 우뚝 서있는 풍경을 기대했었는데 못 보고 갈 수도 있다 생각하니 아쉽긴 하다. 내일의 맑은 새벽을 기대해 볼 것이다.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웹서핑을 했다가 넷플릭스를 보다가 소설을 읽다 보면 이게 집구석이나 다를 바 없기는 하지만서도, 발끝에 걸리적거리지만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침대 위 모기장과 적도 나라 특유의 눅눅한 냄새, 바깥의 빗소리와 새소리를 배경 삼고 있다는 사실. 그걸 문득문득 인지하며 만족스러운 매트리스 쿠션감을 느낄 때가 내가 여행에서 조용하고 묵직하게 바라온 익숙한 순간이다.


새벽에 다녀와서 먹은 조식. 마당에서 비오는 걸 하릴없이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공항 편의점에는 컵라면 종류가 몇 가지 없어 골라온 진라면 매운맛을 기대하며 끓인 물을 부었으나 생각보다 맛이 없고 매웠다. 왜 육개장을 팔지 않았을까… 본의 아닌 일정 취소에 피로회복은 생각보다 금방 될 것 같다.




아.. 시신경이 굳는 느낌으로 폰을 보고 있자니 약간 외롭다. 비슷한 느낌을 느꼈던 때가 기억난다. 과테말라에서 며칠째 지내던 날, 그때도 우기여서 오후마다 비가 쏟아졌다. 축축해진 노트를 들고 방에 들어와서 오늘 받은 스페인어 숙제를 하고 여행지를 찾아보다가는 문득 집에 가고 싶어졌다. 한 달 정도만 더 있다가 돌아가야지 했으나 그곳을 떠날 땐 울 것 만 같았고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땐 익숙한 대도시의 무료함에 시달려 남미 대륙을 떠나온 것이 조금 오바해서 사무치게 후회스러웠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친구들이나 핫한 게시물의 설날 음식 사진이 너무 맛있어 보인다. 나도 고기랑 김 잔뜩 올린 떡국 먹고 싶다. 고사리 반찬이랑 잘 익은 파전이랑 통통한 활어회도. 아까 외식하러 간 곳에서 주문한 지 한 시간 만에 나온 코뚜가 너무 짜서 맛이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리뷰를 남겼다.


너무나 짰던 코뚜. 식당 바이브는 좋아 한참을 독서를 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사자의 발톱이 남아있다! 어흥(야옹)


세계불가사의를 제집처럼 누비던 길개들. 개들은 이나라 어딜가나 볼수있다.



수영장이 있다고 하던데.. 이 것이었을까. 혼자가서 잘 모름


핑크 로즈쿼츠 코끼리가 탐났지만..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한다.
사자바위 위의 원숭이 by 면자
스리랑카의 흔한 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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