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혼돈의 로컬버스를 타고

시기리야-캔디

by 면자

Feb 18 2026


어제 오후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기어이 오늘 아침에도 내리고 있다. 피두랑갈라를 못 가서 아쉽지만, 만약 이전 계획대로 공항 근처에서 하루를 자고 출발했다면 오후와 다음날 아침 모두 비가 와서 아무 곳도 보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니, 꽤나 운이 좋네 하고 감사하게 된다.


한국보다 3시간이 느린 시차라 시간을 번 느낌이다.


오늘 버스를 타고 캔디로 이동할 예정이다. 동네 메인 버스정류장이라고 나오는 것 근처를 가니 담불라! 버스 기사가 소리친다. 캔디? 하니 담불라! 캔디! 재차 확인을 하니 미리 찾아봤던 것처럼 담불라에서 환승하라고 한다. 생각보다 자리는 여유 있었고, 사람이 어느 정도 타니 출발하는 것 같았다.


담불라까지는 90루피, 난 먼저 냈지만 버스가 출발하면 직원 같은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요금을 한 사람씩 받고 영수증 같은 티켓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Kandy 버스정류장 위치(기존 위치가 공사중)
Bogambara Bus Stand - Kandy
https://maps.app.goo.gl/PSGa4xmvuoY94Hhy6?g_st=ic




버스가 시끄럽게 문과 창문들을 활짝 열고 출발한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버스를 찬찬히 살펴보니 가관이라 웃음이 난다. 창문틈과 바닥, 천장, 운전석 모두 꼬질꼬질 누덕누덕한 데다 렌즈를 낀 탓에 좋아진 시력으로 쓸데없이 잘 보이는 요금 징수원(?)의 갈라진 발뒤꿈치… ㅎㅎ 기사 아저씨는 조리를 신고 운전하는 내내 그 사람에게 하는지 혼잣말인지 끊임없이 말을 한다.


시기리야 내에서 몇 분마다 정거장을 거친다. 물론 문은 항상 열려있다. 동네 주민도, 학생 같은 아이들도, 나 같은 큰 백팩을 멘 여행자도 올라탄다. 다행히 내가 탔던 곳이 출발점이었던지 버스는 금세 입석까지 가득 찼는데 그 틈으로 요금 징수원은 버스를 누빈다.






담불라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캔디! 캔디! 하는 목소리를 따라 환승 성공. 네 사람이 낑겨서 겨우 앉는 일자형 좌석 중간에 앉아 현지인 청년과 덩치 큰 팔레스타인 배낭여행자와 허벅지를 맞대고 겨우 이동^^ 정말로 3시간이 걸려 시꺼먼 매연을 뿜는 버스가 가득한 캔디라는 도시에 도착.





정글 속 작은 동네였던 시기리야 보단 꽤 큰 도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 말로만 듣던 순한만 인도구나 싶었다. ‘인도’구나.. 차선이 없는 2차선 도로와 눈으로 보이는 매연, 북적이는 사람들.. 인도는 얼마나 더 혼란스러울까 잠시 생각했다.


다행히 에어비앤비 숙소는 조용한 구역 - 산동네 - 에 있어 툭툭을 잡으려 했으나 그러기엔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잡히지 않았고, 30여분을 가파른 경사와 계단을 끼질러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올라갔다.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열심히 했던 보람이 있었다.


쉽지 않은 버스 여행과 오르막 덕분에 짐을 풀고 서도 그 혼잡한 시내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숙소는 마음에 들었고 나가지 않아도 좋을 만큼 유럽같은 창문 밖으로 울창한 산이 내다보이는 책상이 있었다. 난 이런 정갈한 책상이 있는 방이 좋다. 내다보이는 초록색 식물들이 단 하나도 겹치는 것이 없이 다양하다. 도시의 메인인 호수가 보이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남향이다.

호스트 아주머니가 준 잭푸르트는 처음 먹어봤는데 묘하게 맛있었다!


호스트 집에서 키우는 거대한 멍멍이가 있었다. 뱃가죽이 홀쭉하거나 피부병에 걸려 아무데서나 웅크리고 자는 길개들을 보다가 털이 보드랍고 냄새도 안 나고 사람에게 꼬리 치는 개를 오랜만에 보았다. 이름은 민디라고 했다. 여자같은 이름이었고 9살짜리 암컷이라고 했다. 덩치도 큰데 꽤나 둔둔한 걸 보니 잘 먹고 사는구나, 개를 잘 먹일 만큼 여유 있는 집인 것 같다. 에어비앤비를 한번 더 보니 리스팅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부잣집인 것 같다. 영어를 잘하는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었고, 에어비앤비 운영은 젊은 아들이 하는 것 같았다. 스리랑카엔 가끔 귀엽게 생긴 젊은이들이 있다.


오는 길 슈퍼에서 산 간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계란에 가득 든 튀김만두 같은 것과 매콤한 커리가 들어있는 튀김 만두 같은 것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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