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2026 Feb 19
네 귀에 캔디…
탑 오브 산동네의 숙소에서 새벽 같은 아침을 맞는다. 밤새 비가 오다 바람이 불다가 심상찮은 날씨는 계속되었다. 오늘 아침은 바람이 부는데 비는 안 온다. 산동네라 그런지 시원하여 선풍기도 안 틀고 옷을 두 겹 입고 잤다. 이 여름나라는 이불이 홑껍데기만 있어 포근한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가장 유명한 불치사를 저녁 시간에 맞추어 가기 전에 점심을 먹고 시내를 둘러보려고 나왔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라서 충분히 걸을 수 있어 좋지만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소리와 그에 맞추어 목청 높아지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경적소리 때문에 새들도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하다. 경적을 핸들 돌릴 때마다 울리기 때문에 이렇게 혼잡스러운 차도인데도 사고는 나지 않는 것일까. 길 건너는 걸 항상 조심하는 나에게 횡단보도가 없는 이곳에서는 현지인이 건널 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잽싸게 건너가는 것이 최선이다.
숙소에서 춥다고 생각해서 긴팔을 입고 나올까 싶었는데 내려와 보니 후텁지근한 게 영락없는 여름이다. 민소매에 위에 걸친 얇은 자켓을 벗어던지고 싶었으나 왠지 주변에 민소매 입은 사람이 없고 안 그래도 할 일 없는 아저씨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벗고 싶지가 않다.
신라면보다 매콤한 치킨이 들어간 파니니와 아이스라떼를 먹고 동네를 대충 돌아다녔다. 슬리퍼를 파는 상점, 중고 의류를 파는 상점, 이곳의 브랜드 의류를 파는 상점, 음식점, 귀금속 가게 등등 생각보다 기념품 가게는 별로 없고 있어도 아직 여행 초반인 나에겐 별로 살 만한 것이 없다. 공항에서 사면 너무 비싸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지만 앞으로 나에겐 일정이 일주일 넘게 남아있기 때문에 귀여운 거북이와 불가사리 인형 열쇠고리를 사려다가 그냥 놓아두었다. 집에 가면 별로 안 귀여워 보일 것 같다. 큼직하고 리얼한 거북이 인형이 좀 귀여워 사진을 찍었다.
어찌저찌 발 길 가는 대로 거닐다가 조금 한산한 공원을 발견했다. 돌로 된 벤치 곳곳에 있고 현지 주민들이 데이트도 하고 하릴없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왠지 할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되게 많다. 그럴 바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되지 않나… 자본주의 천국 한국인스러운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내가 스리랑카 사람이라도 한국에 돈을 벌러 갈 것 같다.(과연) 비행기 타고 올 때 기내 가득했던 스리랑칸 청년들처럼.
해가 쨍하지 않지만 눈이 부시고 습한 바람이 계속 부는 날씨다. 가만히 있어도 검정색 옷을 입으면 어깨가 따뜻해진다. 과테말라보다 날 것의 나라인 것 같다. 아무래도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나와야겠다. 매운 걸 먹어서 그런지 속이 쓰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