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기차 여행과 빗소리의 끝에서

하푸탈레-엘라

by 면자


Feb 21 2026



엘라 드디어 엘라! 스리랑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으로 왔다. 여행자들의 성지 뭐시기라고 했다. 하푸탈레에서 엘라로 오는 유명한 기차는 역시나 사람이 가득 찼지만, 난 이미 전날 암부웰라에서 하푸탈레로 오는 기차에서 마음껏 낭만적이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

- Ambewela to Haputale 기차 2등석 지정석은 운 좋게 온라인 공식 사이트에서 예매했다. 약 1800루피.
- Haputale to Ella 2등석 현장구매 150루피. 입석이었고 10:27 출발하는 기차 티켓구매 카운터는 10시에 열렸다.
현장구매는 1/10 가격…
입석뷰



화이트 몽키에서의 아침 식사는 역시 훌륭했다. 저녁시간을 기다렸던 게 불편해서 약간 늦게 식탁으로 갔더니 전날 본 게스트들이 나를 위한 일 인분을 귀엽게 남겨놓았다. 아이가 각각 둘씩 있는 프랑스인 두 가족과 독일 커플, 또 하나의 서양 커플이 함께 했다. 로띠와 커리맛 나는 만두속 같은 것과 파파야, 수박, 버터와 잼, 홍차, 커피…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부드러운 홍차 한잔, 커피를 한 잔 더 마셨고 며칠간 홍차만 먹다가 커피를 마셨더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푸탈레에서 한 시간 내외로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각종 관광 스팟(립톤 싯, 폭포, 트래킹 등..) 이 있었지만 현금도 부족하고 비싸고 뭔갈 하기 귀찮아서 그냥 오전 기차로 엘라로 떠나기로 했다.

빠이


사실 기차 내내 보이던 차 밭, 구름 아래 마을 풍경과 숙소에서의 파노라마 뷰 만으로도 칙칙한 서울 지하철 폰만 들여다보던 내 눈을 환기시키기 충분했다. 일출 시간에 일어나 흐린 하늘 속에 해가 밝아오는 것부터 화창한 오전 지붕 위에서 빨래를 말리는 풍경까지 렌즈 껴서 선명해진 시력으로 가득 눈에 담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구글맵에 저장해 놨던 자본주의 때 묻은 장소들이 그냥 펼쳐진 대자연 앞에서 무색했다.

하푸탈레 흔한 풍경 툭툭 타고가면 장관이 펼쳐진다네



한국에서 몇 번의 일정 변경을 거듭 끝에 고르고 골랐던 엘라의 숙소에서 아침에 메시지가 하나 왔다. 토일렛 이슈를 오늘 고치기가 힘드니,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또한 스리랑카다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 또한 하늘의 계시려니, 얼른 취소해 버리고 몇 번 검색 끝에 에어비앤비에서 충분히 평점이 좋고 할인 중인 숙소를 보고 마음에 들어 바로 예약해 버렸다.


이 모든 것은 15분 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근무시간 내내 나름 치열하게 검색했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이 마음에 드는 숙소가 왜 그땐 없었을까.? 못 찾은 것인지, 누군가 예약을 취소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럭키비키, 오히려 취소한 곳보다 더 좋은 곳인 것 같았다.(더 비싸기도 했응게)




엘라역에서 호스트가 어레인지 해 준 툭툭을 타고 체감 70도 경사의 오르막을 올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 방은 사진보다 오히려 깔끔했고 지금까지의 숙소들에서 웬 홑겹이불이나 화려한 무늬의 담요 같은 것이라 아니라 솜이 들어간 깔끔한 침구, 만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깨끗함, 테라스에 있는 번듯한 식탁 겸 책상과 빈백, 누울 수 있는 의자까지 호호.. 이곳에 오길 위해 그 많은 번복을 했구나. 운명은 어차피 하나의 길로 흐른다.


웰컴 티를 마시고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를 누리며 누워있다 보니 나가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의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음악을 틀어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커다란 백색 소음으로 빗소리가 천지에 가득하다. 아침을 먹은 이후로 과자쪼가리만 주워 먹은 상태라 배가 고픈데.. 스리랑카에 온 후로 가장 거센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하는구만.. 다행히 이틀 후면 비가 그치고 다음 주는 내내 해가 쨍한 일기 예보다. 뜨거운 바닷가 마을이 기대가 되지만, 당장 뭘 먹으러 나가기가 아주 곤란하다…

비구경
비 뚫고 먹으러 나간 저녁은 진짜로 맛있는 스리랑칸 커리였다. 먹고 나오니 관광객들의 웨이팅이 늘어서 있었던 맛집 Matey Hut 한명이어도 곤란한 기색없이 큰 테이블을 내어줌.
바쁘지만 아기자기한 엘라의 첫인상

저녁을 먹고 돌아 오는 길에는 종아리가 시렸다. 그리고 다음 날 부턴 해가 나기 시작했다.








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