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 빈둥빈둥 엘라: 요가와 고양이

엘라

by 면자

Feb 22 2026


어제 맥주를 좀 마셨다고 아침부터 머리가 약간 아프다. 진통제를 한 개 먹고 요가를 하니 좀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오후까지도 살짝 관자놀이가 흐리멍텅하다. 샴푸로 손빨래를 몇 번 했더니 거스러미가 잔뜩 일어난다. 여행 중엔 싼 크림만 발라도 피부가 세상 좋았는데, 이번엔 웬일인지 뾰루지가 올라온다. 매연 때문인가?


라이온락을 오른 이후로 은은하게 남아있던 근육통이 이제 다 나았다. 숙소 주변에선 식당에서 트는 라운지바스러운 음악과 마당을 빗자루질하는 소리, 새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비 오던 어제는 안 그러더니 10초마다 날파리가 얼굴에 방문해 여간 성가시지가 않다.

조식은 언제나 홍차와 함께
시내로 가는 지름길은 기찻길


생각보다 돌아디니기 쉽지 않은 동네다. 우선 인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횡단보도가 별로 없어 아무 생각 없이 털레털레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 하지만 드디어 멋진 요가원이 있는 곳에 온 것이다.


9시 요가를 다녀왔다. 나무가 우거진 곳 마루에서, 계속해서 태워지는 인센스 연기와 함께, 지도자 크리스틴은 명상 유튜브에서 나올법한 가이드와 함께 요가를 안내한다. 야마와 니야마, 아힘사, 곧 비폭력과 친절함… 예전에 공부했던 단어들이지만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웠다.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나무가 눈을 정화, 쭉쭉 뻗는 동작으로 몸을 정화…*

1 world yoga


한창 진행되던 중간에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시골에 두고 온 고양이 달곰이가 떠올랐다. 아빠의 시골집에서 주말마다 밥을 챙겨주던 달곰이가 한번 아빠의 실수로 현관문 안에 갇혀 일주일 가까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있다가 발견됐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 작은 고양이는 다행히 잘 버텨주었고 아직도 잘 지내고 있지만, 그 당시 한 평도 안 되는 중문 안에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쳐 누워 있었을 고양이의 절망과 슬픔이 왜 이렇게 갑자기 떠올랐는지.. 유독 사람을 잘 따르지만 며칠 머무르다 갈 때면 남겨둔 밥을 허겁지겁 먹는 다른 고양이들 옆에 우두커니 서서 인간이 또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고양이의 눈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였을까. 나의 아픈 손가락이다.


달곰아 잘있지. 네 손자 귀태는 잘있단다
숲속 요가 샬라



요가 후 동네를 조금 둘러보고 오는 길에 웬 노란 고양이가 나를 보자마자 야옹 거렸다. 태비 줄무늬가 이마와 다리 밑에만 있는 고양이는 처음 보는 나를 보자마자 다가와 야옹야옹 얼굴을 비벼댔다. 달곰이 과다. 역시 고양이는 이런 정글에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냄새가 안 나고 뽀송하다. 턱을 긁어주니 고롱고롱거린다. 땅콩이 실한 걸 보니 수컷이다. 역시 치즈 수컷은 친근함 유전자가 색깔에 새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한참을 놀아주고 발걸음을 조금 옮기니 따라올 것 만 같다. 이런 모습이 왜 이렇게 짠한지. 그래도 배가 오동통하니 누군가 먹여주는 것 같긴 한데. 몇 분 놀아줬다고 정이 들어 겨우 발걸음을 떼는데 산 밑을 바라보는 조그만 뒤통수가 왜 이렇게 아련하냐구.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오후에도 비가 오려나 싶다.


낮잠을 한 번 때리고 운동복 탑을 챙겨 입고 우산을 챙겨 스리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기찻길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처음으로 한국사람들을 만났다. 넉살 좋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거는 내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색하다.

나인 아치스 브릿지. 영국 식민지 시절 돌로만 지은 다리라고 한다. 지금도 하루 두어번 느린 기차가 지나간다.
한국사람끼리 사진도 마이 찍어줌. 중간에 스리랑칸 머스마들이 같이 사진찍자그래서 얼굴도 털리고 옴.
노오란 킹코코넛 300루피=1500원
돌아오는 길


숙소 바로 앞의 평점이 괜찮은 작은 식당엘 갔다. 전통 스리랑칸 라이스앤커리를 먹으려 했지만 오늘은 안된단다. 첫 외식으로 먹은 코뚜가 너무 짜서 두려웠지만 닭고기가 들어간 치즈 코뚜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또 흡입했다.

끼니 때마다 망고주스를 시켰다.
테이블 밑의 멍멍



맛있게 먹으니 두통이 사라졌다.




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