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하 비치, 마타라
Feb 24 2026
여기 와서 매일 그랬던 것처럼 해 뜨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어 눈을 떴다. 엘라의 마지막 날 아침 은은한 주홍색 해돋이를 보았다. 조식을 먹으며 엽서를 썼는데 쓸 말은 별로 없어 그림을 더했다.
그냥 저렴한 버스를 탈걸 조금 후회했지만 처음으로 편안한 셰어택시를 타고 남부 해안으로 향한다. (이렇게 현재형을 적는 게 너무 좋음 지금 이순간!) 다른 홀로 여행자 둘과 합승이다. 노련한 기사아저씨는 가는 길에 유명한 폭포에서 사진한방 남길 시간도 내어준다.
- 엘라에서 미리사, 마타라 등 남부로 가는 셰어택시는 인당 9000루피, 엘라 시내에서 쉽게 업체를 발견할 수 있다. 합승객은 업체에서 알아서 모아서 같이 출발하는 시스템. 출발 시간은 9:30으로 정해져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한 후 남쪽으로 내려간다.
장장 두시 간 반이 넘는 택시 직항 여행이었다. 남부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는 다양한 마을 중에서 나와 함께 탄 사람들은 취향껏 각각 다른 해변을 선택해 목적지로 삼았다. 호주사람 같은 청년은 서핑을 즐길법한 곳으로, 한국말로 인사를 해 준 부자일 것 같던 시리아 여자애는 가장 유명한 미리사. 나도 스리랑카 여행에서 최초 위시리스트로 삼았던 미리사였지만 너무 큰 관광지 같은 곳을 피하고 싶어 좀 덜 유명한 비치를 찾아 검색한 끝에 두 마을을 가보기로 정했고, 첫째로 마타라라는 도시에 위치한 작은 마디하 해변으로 향하는 것이다.
언제쯤 바다 풍경이 나올까. 창밖으로 펼쳐지는 코코넛 가로수 뒤로 펼쳐지는 누런 논밭과 초록 평야, 길가의 소들이나 전선 위의 원숭이, 남쪽으로 향할수록 뜨거워지는 해에 빛나는 풍경들에 라디오 하나 틀어주지 않는 택시 안에서 잠이 오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잠깐 곯아떨어졌다가 깨고 나서는 심심한 나머지 오랜만에 에어팟을 한쪽 귀에 꽂았다. 그리고 설레는 숙소에 도착했다.
완벽한 바다였다. 물은 적당히 시원했고, 뜨끈한 모래사장은 선선한 바람이 식혀주었다. 오후에 잠시 뜨거웠던 해는 4시가 지나자 하얀 구름들이 가려 직사광선을 없애 주고 쾌적한 그늘을 만들었다. 파도가 와르르 밀려오다가 저만치 보이는 해안선에 가까워지면 산호초에 부딪혀 놀기 좋은 얕은 거품으로 부서지고, 그 부서진 파도가 역방향으로 밀려가며 새로운 밀물과 만나 다시 한번 부서졌다.
선베드를 돈 주고 빌릴 수 있었지만 비치타월만 깔고 누워도 편안하고 완만한 각도로 모래사장이 기울어져 있다. 피서철 한국에서 가장 사람이 적은 해수욕장도 이곳보단 크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뽀얀 민트색의 너른 바다와 아담한 해변. 아이와 함께한 가족들과 젊은이들끼리 찾은 몇몇 서양사람들. 저만치에서 놀고 있는 현지인들. 온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던 내가 말 그대로 꿈꿔왔던 바닷가에서 누워있기를 이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