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MAY 2025
오늘은 일주일 중 가장 바쁜 화요일이다. 무려 일정이 두 개나 있다. 오전 10시엔 ART 모임이 있고 오후엔 영어 회화 수업이 있다. 두 모임 모두 차로 30분 걸리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바쁜 아침을 보내야 한다. 집에서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하는데, 아직 출근 정체가 남아있는 시간이라 평소보다 운전을 오래 한다. TE ORO에서 하는 ART모임은 오늘이 벌써 4번째다. 첫날에 비해 이제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ART 모임의 오늘 주제는 Wellbing life이었다. 잘 사는 방법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감정적 건강을 조화롭게 가꾸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우 평화로워 보이는 시간이지만 나는 쏟아지는 영어들을 들으며 뒤죽박죽 얽힌 영어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번역하느라 바쁘다. 나는 오늘도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지난 금요일, 스레드에 올린 친구 모집 글에 100개의 댓글이 달렸다는 이야기 했다. 누구나 외로움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나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정신 건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과, 그 생각들이 나에게 묘한 위로가 되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야기를 나눈 뒤, 명상을 한다. 모임을 이끄는 DINNY의 영어 멘트를 종종 놓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안에 어우러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야 할까. 특히 요즘 가장 고민 중인 정신 건강을 어떻게 회복시킬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명상을 할 때 자꾸 딴생각이 튀어나오는 게 문제다. 그동안 명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명상은 의외로 어렵다. 눈을 감고 조용히 싱잉볼의 소리에 집중을 한다. 잡념을 버리고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를 쓰지만 불쑥 아침에 먹은 육개장이 생각나고, 음악이 생각나고, 하물며 어제 길에서 만난 둘째 딸 친구들까지 떠오른다. 왜 꼭 명상만 하면 이난리인지 모르겠다. 머릿속에서 하나씩 잡념을 지운다. 아침 식사를 지우고, 어젯밤에 들은 음악을 지우려고 할 때, 명상이 끝났다. 오늘도 실패다. 다음 주엔 제대로 명상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이제 즐거운 아트 활동이 시작된다. 그날의 주제에 맞는 아트 활동을 하는데 오늘은 꼴라쥬 작업을 했다. 잡지를 넘기며 내가 쓸만한 이미지들을 모았다. 넓은 챙 모자를 쓴 우아한 여자의 사진과 요리하는 남자 사진, 강아지 한 마리와 자연, 하이킹하는 사람 등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과 원하는 모습, 그리고 요리하는 남편에 대한 환상 등을 스케치북에 배치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DINNI는 꼴라쥬 작업이라 평소보다 작업시간을 30분 여유 있게 준비했지만, 나는 연달아 있는 영어 수업에 가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무리했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아쉽다.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내 영어를 항상 격려한다. ‘우리가 소통이 되고 있으니 괜찮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참 친절하다. 내 영어는 아직도 부족하고 소통이 자유롭지도 않지만, 어쩌겠나. 이제는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현재 나의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냥 계속 간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어 회화 수업은 늘 즐겁다. 나탈리 덕이다. 그녀는 늘 유머러스하고 친절하고 명쾌하다. 깔깔깔 웃다 보면 수업이 끝난다. 가끔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데, 이번 주 숙제는 영어로 누군가와 2분 대화하기다. 누구랑 대화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마 숙제를 못할지도 모른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바깥 활동을 많이 해볼까 싶지만 이번 주는 내내 비 예보가 있어 고민이다. 아직 기온이 많이 낮아지진 않아서 그리 춥진 않지만, 겨울이 늘 그렇듯, 흐리고 흐리고 잠깐 맑고, 또 흐린 날이 이어진다.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유난히 몸이 힘들다. 요즘은 술도 안 마시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아마 운동부족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산 화이트 와인이 너무 맛이 없어서 술 생각이 사라졌다. 왠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막 신나는 기분은 아니지만 우울하지도 않다. 평온한 기분인데 행복하지도 않다. 어쩌면 감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행복할 순 없겠지만, 이렇게 무딘 감정인건 참 별로다. 외롭거나 우울한 것보다 무딘 감정이 더 나을 순 있겠지만,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것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큰애가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다. 나는 오일 스파게티가 좋은데, 자꾸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든다. 아이들은 토마토 스파게티가 좋단다. 병에 든 토마토소스를 이용해 만든 스파게티다. 집에 진짜 토마토가 많이 있으니 토마토를 첨가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자연의 맛보다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을 더 좋아한다. 뭐, 그들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병에 들은 토마토소스보다 심심한 진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을 생각하다가, 덩달아 나이가 많은 내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쓸쓸해졌다. 오늘 내 감정은 쓸쓸함인가 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사람 때문에 또 힘들다. 인생이 왜 이런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싫어하는 건 뭔지 면밀하게 알아야 한다. 나를 이해해야 나를 위로할 수 있다. 외면하는 습관도 버려야겠다. 마주하기 어렵고 힘든 일을 덮어버리는 습관이 있는데, 조금 더 용기를 내봐야겠다고 또 한 번 생각한 날이다. 오늘의 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