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주는 말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향해 걸었다.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걷는데 빗물이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맨다리에 살짝 튀었다. 산책하기에 적당한 정도의 비랄까. 비가 내려 더위는 가시고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라 속도를 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조금 걷는데 처마 아래 우산을 쓰고 앉아 전화 통화를 하는 요구르트 아줌마가 보였다. 요구르트를 보관하는 이동 전동차엔 비닐이 덮여 있었다. 아줌마에게도 휴식 시간은 필요하겠지. 비가 오는 날 길가에 앉아 전화를 걸 만큼 친근한 이는 누구일까. 괜한 궁금증이 일었다. 음식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무를 안 좋아하잖아. 아줌마가 말했다. 그 말을 듣는데 나도 갑자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 순간 오래 전 두꺼운 책 사이에 넣고 잊어버린 쪽지가 우연히 발 밑에 떨어지듯, 과거 한 시절이 내 앞에 펼쳐졌다. 전철역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눈물이 핑 돌았던 그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