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발맞추려는 마음
코를 훌쩍거리는 아이를 얼러 코를 풀게 했다. 아이는 그게 못마땅했는지 힝힝, 싫은 소리를 내다 울음을 터뜨렸다. 낮잠 잘 시간인데 버티고 있는 사이 피곤과 짜증이 몰려왔나 보다. 아이를 안고 달랬더니 몸을 옹송그리며 가슴팍에 기댔다. 잠시 후 품에서 미끄러져 내 두 다리 사이에 눕더니 몸을 뒤척이다 잠들었다.
바닥에 누워 잠든 아이를 안아 소파로 옮겼다. 아이는 몸을 움직여 자세를 잡더니 금세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꺼풀이 내려와 기다랗고 까만 속눈썹을 드리웠다. 도토리를 머금은 다람쥐처럼 볼록한 볼이 말개졌다. 둥지를 틀 듯 동그랗게 말아 누운 몸 위로 잠의 베일이 덮였다. 아이의 실루엣을 따라 팔을 둘러 울타리를 만든 채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새 날이 추워졌다.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보일러를 켰다. 방에 있던 가습기에 물을 채워 거실로 들고 나왔다. 서서히 바닥에 온기가 돌았다. 가습기에선 물 끓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피어올랐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만이 고요에 잠긴 거실을 맴돌았다. 아이가 부재할 때의 정적과는 확연히 다른 빛깔의 고요. 적막이 아닌 온화한 평정. 꿈결로 빠져드는 아이의 평온한 모습에서 충만감이 느껴졌다.